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채모(29)씨는 요즘 새벽 모기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채씨의 방에 창문·환풍기 등을 통해 모기가 자주 들어오기 때문이다. 채씨는 “11월이 되면 좀 잠잠해지려나 했는데 잡아도 잡아도 모기가 계속 나온다”면서 “오히려 여름보다 모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입동(入冬)’이 지났지만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모기의 활동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로 오히려 개체 수가 감소했지만 요즘 낮 기온이 따뜻해서 가을 모기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까지 디지털 모기측정기(DMS)를 통해 채집된 모기 수는 1157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457마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작년에는 10월 넷째 주(355마리)에서 11월 첫째 주(277마리)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모기 수가 감소했는데, 올해는 10월 마지막주(389마리)보다 11월 첫째 주(600마리)에 모기가 대폭 늘어난 모양새다.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후 온난화 영향이 크다. 따뜻한 날씨가 길어지면서 10월 중순이면 서서히 줄어들어야 할 모기 수가 11월까지 많고 활동도 활발한 것이다. 실제 올해 서울시 모기 경보는 11월 들어서도 작년과 달리 ‘관심’과 ‘주의’ 단계를 오가는 등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모기는 기온이 16도 이하로 떨어져야 활동을 멈추기 시작하고, 낮 평균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완전히 활동을 멈춘다. 하지만 지난 9월 전국 평균 기온은 21도로 평년보다 0.5도 높았고, 지난 10월 전국 평균 기온도 14도로 여전히 모기가 활동 가능한 기후 환경이었다.
11월 들어서도 낮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이상 기후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11월 중순 낮 최고기온이 경신됐다. 강원 철원과 파주의 경우 지난 190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20도를 넘겼고, 인천은 1962년(20.7도) 이후 60년 만에 11월 중순 낮 최고기온이 경신됐다. 서울 낮 최고기온도 22.1도까지 올라 종전 최고기온(2015년 11월, 21.0도)를 경신했다. 이같이 낮 기온이 높아지면서 11월의 모기 수도 10월보다 증가한 것이다.
밤 기온이 떨어져도 고온다습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정화조 등에서 모기들이 생존할 수 있다. 밤에 모기들이 실내로 침입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모기 전문가인 이동규 고신대 보건과학대 석좌교수는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8월에는 폭염과 폭우로 모기 개체수가 감소했지만, 9·10·11월의 온도가 높아지며 가을 모기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11월엔 원래 감소해야 하는데 모기 활동량이 많은 것은 온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낮 기온이 13도 이하로 내려가야 모기 활동이 멈추는데, 현재 낮 기온이 20도를 웃돌고 있다”고 밀했다.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모기 퇴치용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급증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 간 모기 관련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11번가에선 모기장 매출이 전년보다 36% 뛰었다. G마켓에선 전기 모기채 판매량이 7% 늘었고, SSG닷컴에선 모기약 판매량이 20%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