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석 달 만에 또다시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상대방 변호인에게 앙심을 품고 신변을 위협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상해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혼소송 중이던 A씨는 전날 오후 4시 40분쯤 아내 측 변호사 사무실로 가 위자료를 낮춰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흉기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법조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신변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6월 50대 남성이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휘발유로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7명이 목숨을 잃었고, 46명이 다쳤다. 당시 화재가 발생한 사무실이 대구지법 바로 뒤편인 탓에 부상자들 다수가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변호사 중 절반 가까이는 신변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174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8%가 의뢰인이나 소송 상대방·단체 등으로부터 신변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72%는 신변위협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90%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변위협 행위로는 폭언·욕설 등 언어폭력이 45%로 가장 많았고, 스토킹 행위(15%)와 방화·살인·폭력 등 위해 협박(14%), 자해·자살 암시(9%)가 그 뒤를 이었다. 신변위협이 심해지자 자기 보호 방호 장구를 구비한 변호사도 늘었다. 가스분사기를 마련한 변호사는 38%, 보급형 삼단봉을 마련한 변호사는 33%였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법조계 직업에 대한 권위가 어느 정도 많이 희석되면서 의뢰인이나 상대측 의뢰인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특히 형사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은 위협을 안 느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대리해서 사무를 봐주는 사람인데, 변호사와 의뢰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상대로 한 범죄는 보복범죄의 일종인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소송과 관련해 의뢰인들이 변호인·사무장 등을 보복하지 못하도록 입법 제안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의뢰인이 변호인과 사무장에 대해 범죄를 저지를 시 가중처벌을 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대한변협 차원에서의 성금이나 피해자 정신상담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추가로 소집해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입법 제안을 통해 법원·검찰과 협력해 판·검사 신변 보호처럼 변호사들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와 사무장 등에게 위해를 가하면 가중처벌하는 내용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