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광장시장 먹자골목엔 발 디딜 틈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거리 중간에 있는 노점마다 떡볶이, 순대, 김밥들이 노란빛 조명을 받아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고, 빈대떡이 기름에 튀겨지면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했다. 노점이나 가게 안에 가득한 사람들은 대부분 ‘2030′ 청년들이었다. 시장을 찾은 청년들은 두세 명씩 무리 지어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활기찬 시장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7시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광장시장 내부 모습./정재훤 기자, 김민소 기자

지난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서울 곳곳에 있는 전통 시장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광장시장, 망원시장 등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MZ세대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광장시장’을 검색하면 110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노출돼 있었다.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도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올해로 14년째 광장시장에서 분식을 판매하고 있다는 정은재(57)씨는 “5년 전부터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 특히 비중이 크게 늘었다. 요즘은 찾아오는 손님의 절반이 2030 젊은이들”이라고 했다.

시장 안 육회 골목에서 만난 20대 남성 문모씨는 “평소에 친구들이랑도 자주 오는 곳인데, 동생이 경상북도 구미에서 올라와 핫한 관광지를 소개하고 싶어 같이 왔다”고 했다. 옆에 있던 문씨의 동생은 “TV에 자주 나와서 한 번은 와보고 싶었는데 육회 말고도 맛있는 먹거리가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며 미소를 띠었다.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의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들은 광장시장이 한국을 찾으면 꼭 들러야 할 유명한 관광지로 소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여행차 한국을 들렀다는 매트(32)씨는 “인터넷에 서울의 유명한 관광지를 검색했는데, 이곳을 추천하는 글이 많아서 오늘 방문하게 됐다. 시장 거리마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고, 사람들도 많아서 오늘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제임스(31)씨도 “막걸리와 빈대떡을 처음 먹는 중인데 정말 맛있다. 조금 전엔 잔치국수도 먹어 봤는데, 입맛에 맞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 입구에 있는 한 ‘고로케’ 가게 앞에는 고로케를 사러온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서있었다. 고로케를 주문한 사람들 중에는 이미 양손 가득 다른 먹거리를 사온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망원시장에서는 고로케나 닭강정, 김밥 같은 요깃거리뿐만 아니라, 채소나 생선 같은 식재료를 팔기도, 각종 생활품들을 팔기도 했다. 두 줄로 길게 늘어선 가게들 사이 통로에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주말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난 11일 오후 4시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의 모습./김민소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이모(27)씨는 망원시장 한 닭강정 가게에서 연인과 함께 주문한 닭강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시장이라는 이름 때문에 예전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요즘엔 ‘힙한(새롭고 개성 있는)’ 분위기의 와인 가게나 음식점도 생겨나서 오히려 새로움을 느꼈다”며 “마포구에 올 일이 있으면 (망원시장에) 들려서 꼬마김밥이나 고로케 같은 간식거리를 꼭 사가는 것 같다”고 했다.

망원시장에서 10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한 30대 나모씨는 “망원동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 3년 전부터 2030 청년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잠깐 시들하긴 했는데, 최근에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다시 몰리고 있다”고 했다. 나씨는 “최근에는 한강 가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포장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당역 주변 서울중앙시장은 맛집 골목으로 유명하다. 가수 성시경씨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곳 시장 골목의 맛집들을 소개하면서 ‘2030′ 청년 세대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육전과 빈대떡 등을 파는 한 가게 안에는 청년 손님들만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고, 성씨의 유튜브에 소개된 식당에는 3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5시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전통시장 내부 모습./정재훤 기자

이날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수화(33)씨는 “서울에 있는 유명한 전통시장들은 한 번씩 가본 것 같다. 당장 지난주도 망원시장을 다녀왔다”고 했다. 이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전통시장이 핫 플레이스로 자주 소개된다. 실제로 시장을 다녀 보면 젊은 사람들이나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벌써 40년째 서울중앙시장을 지키고 있다는 박모(61)씨는 코로나 전후로 청년층 손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최근 젊은 친구들이 하는 SNS에 우리 시장이 종종 언급되는 것 같다. 과거에는 청년 손님 비중이 10~15% 정도였는데, 지금은 40%가 넘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