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구로구의 한 기사식당. 식사를 하러 온 택시기사들로 한창 북적일 저녁시간임에도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에는 4명의 손님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당 안 TV에서는 ‘코로나19 발생 후 택시기사 줄어들었다’라는 제목의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택시기사 일을 하면서 기사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황모(70)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식당을 찾는 택시기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식사시간만 되면 택시 수십대가 몰려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기사들도 합석을 해 식사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었다”면서 “지금은 식당을 찾는 기사들이 절반 정도로 줄어 매출이 반토막났고, 장사를 접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기사식당에서 택시기사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채민석 기자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손님맞이로 활기를 찾고 있지만 기사식당들은 택시기사수가 줄어든 탓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동료들과 함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법인택시 기사수가 크게 줄어 타격이 큰 상황이다.

기사식당의 ‘성지’라고 불리던 서울 역삼동에서도 이미 폐업한 기사식당들이 확인됐다. 역삼역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기사식당 3곳에 연락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사식당 관계자는 “택시기사수가 줄자 기사식당들이 줄폐업을 해 인근에 남은 기사식당이 몇 개 없다”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로 발생한 지난 2020년 1월 기준 전체 택시기사수는 26만5015명이었지만 올해 2월 28일 기준 택시기사수는 23만9434명으로 약 9.6% 감소했다. 법인택시 기사수는 2020년 1월 10만154명에서 2022년 7만4754명으로 25% 이상 줄었다.

일부 기사식당들은 영업 방식을 바꾸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기사식당 운영자인 정모씨는 “더 이상 택시기사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어서 인근 공사장 인부들을 상대로 식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택시 차고지 근처에서 영업을 해오던 한 기사식당은 매장을 직장가 인근으로 옮기고 간판도 ‘기사식당’이 아닌 ‘식당’으로 바꿨다. 해당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72)씨는 “물가는 오르고 택시기사는 줄어 어쩔 수 없이 매장 이전을 결심했다”면서 “아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부 메뉴의 가격도 올렸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기사식당 앞으로 택시가 지나가고 있다. /채민석 기자

‘사랑방’ 역할을 하던 기사식당이 하나둘 사라지자 택시기사들은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택시기사 김모(55)씨는 “동료들과 기사식당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고 오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혼자 밥을 먹으러 가는 날이 잦아졌다”면서 “단골 식당은 문을 닫았고, 최근에 자주 다니던 식당도 폐업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이제는 어디에서 식사를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임봉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사무처장은 “사납금 문제로 법인택시 기사들의 이탈이 심해졌다. 배달이나 화물이라는 대체 직업이 있는데, 사납금을 힘들게 견뎌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며 “업계의 자정작용과, 준공영제 등 정책적인 부분이 병행돼야 택시기사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