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B컷’은 스마트폰 수리 및 데이터 복구 업체를 배경으로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주인공은 고객이 숨기고 싶어서 삭제했던 데이터를 복구, 협박을 통해 돈을 뜯어낸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모(23)씨는 지난달 7일 망가진 휴대폰 내 저장된 데이터를 복원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상단에 노출된 데이터 복구 업체 사이트에 접속했다. ‘3일 안에 데이터를 완전 복구해준다’는 업체의 설명에 이씨는 업체가 알려준 주소로 휴대폰을 보냈다. 복구 비용은 30만원이었고, 이 중 15만원을 선입금했다.

휴대폰을 받은 업체는 얼마 뒤 이씨에게 말을 바꿨다. 생각보다 복구작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한 것이다. 업체가 이씨에게 재차 요구한 복구 비용은 70만원. 이씨가 이를 거부하자, 업체는 “복구가 오래 걸릴 것 같다” “작업 중이다”라는 핑계를 대며 휴대폰 반송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런 방식으로 이씨는 데이터 복구를 의뢰한 지 3주가 넘도록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했다.

일러스트=손민균

소비자들을 상대로 소액 사기를 치는 ‘온라인 데이터 복구 업체’가 늘고 있다. 이들은 ‘데이터 복구를 해주겠다’며 휴대폰이나 노트북, 하드디스크 등을 받고 초기 견적보다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데이터 복구 센터를 운영하는 종사자들은 온라인 사설 데이터 복구 업체들에 당한 피해자들이 결국 센터를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업체 방문이 어려워 온라인 검색을 통해 데이터 복구를 의뢰한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6년째 데이터 복구 업체를 운영하는 강희용(40)씨는 “온라인 데이터 복구 업체들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리고, 다시 복구를 의뢰하러 오는 고객들이 한 달에 3~4명씩 있다”면서 “피해자 대부분은 데이터 복구가 절실한 20~40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상 이런 사기는 피해 금액이 소액이고,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온라인 데이터 복구 업체의 사기 행각도 다양하다. 손에 넣은 기기를 볼모로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낼 때까지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추가 비용 지불을 거부할 시 ‘랜섬웨어(Ransomware)’를 설치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데이터를 훼손한 업체에서만 데이터 복원이 가능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의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원격으로 연결해 견적을 빌미로 돈을 떼먹는 온라인 데이터 복구 업체도 있다. 업체가 ‘데이터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보겠다’며 원격으로 확인한 후,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연결을 끊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복구 업체 직원 김모(46)씨는 “온라인 데이터 복구 업체의 사기 행태는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면서 “직접 복구 센터에 방문하는 등 대면으로 데이터 복구를 의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