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약을 끼워 파는 것이 약사의 양심인가요?서울 서대문구 직장인 장근영(가명·30)씨
감기 기운이 있었던 장씨는 최근 감기약을 구매하기 위해 집 근처 약국을 찾았다. 그는 목감기 약만 구매하고 싶었지만, '프로폴리스(영양제)와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약사의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2만원이 넘는 돈을 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가 연일 20만~40만명을 기록하면서 감기약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편승해 일부 약국은 감기약을 다른 상품과 묶어 파는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필요하지 않은 제품까지 구매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일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약국의 끼워팔기에 당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종합감기약을 사러 갔는데 각각 3000원인 탕약 2개를 같이 구매하지 않으면 판매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세트를 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누리꾼도 "감기약을 구매했는데 약사가 병음료와 다른 알약을 뜯어 '바로 먹으라'고 하더라"며 "말릴 새도 없이 눈뜨고 코베인 격이었다"고 털어놨다.
당분간 감기약 품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감기약에 주로 사용되는 '연질 캡슐'을 제조하는 곳은 국내에 세 곳 뿐이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이달 말쯤에나 감기약 품귀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약사들은 끼워팔기 자체는 문제지만 일부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사는 "약이 다량으로 입고돼야 단가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지난 2월 말부터 품귀 현상이 시작돼 마진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며 "일부 약사들이 감기약으로 줄어든 마진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끼워팔기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극 신고해 근절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약사회 내부적으로 자율규제를 하거나 보건복지부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기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파는 건 비단 감기약 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빵'의 경우 일부 편의점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끼워팔기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포켓몬빵을 세트로 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편의점 기준 가격이 1500원인 포켓몬빵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잌'이 다른 마카로니 과자 두 봉지와 함께 묶여있고, 가격표에는 '세트 상품 전부 사야함 6500원'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청소용품이나 호빵 등을 구매하면 포켓몬빵 1봉지를 증정한다는 내용의 마케팅도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물류비용이 급등해 위스키 등 수입 주류 품목에서도 끼워팔기가 성행하고 있다. 선적량 1만5000톤 이상 선박의 화물운임과 용선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2588을 기록해 지난달(1835)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이에 수입 주류 마진이 줄어들자 일부 판매업자들은 재고 처리가 필요한 상품들과 인기 상품을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끼워팔기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지만 정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 거래행위 중에 '거래 강제'라는 항목이 있고, 끼워팔기가 해당 유형 중 하나로 규정은 돼있다"라면서도 "끼워팔기 행위에 '부당성'이 있어야 위법인데, 판례에 따르면 '부당성'은 '경쟁을 제한하는 판매 행위'로 명시돼있다. 일부 약국에서 약을 끼워 팔아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냐를 따져보면 제재를 가하기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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