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억원 규모의 미상환액이 발생한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체(P2P) ‘탑펀드’ 사건이 1년 4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피해자들은 수백억원 규모의 피해액이 발생한 대형 사기 사건인데도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탑펀드 사기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건 2020년 10월의 일이다. 탑펀드는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연 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2018년부터 투자자 모집에 나서서 총 2200여명에게 1263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당시 탑펀드는 코스닥 상장사가 지급보증사로 참여해 투자금을 모두 보증한다며 원금이 전액 보장되는 것처럼 홍보를 진행했다.
하지만 탑펀드의 약속은 공수표였다. 2020년 7월에만 30여개 P2P 대출상품의 상환이 지연됐다. 탑펀드의 설명을 믿고 돈을 투자한 피해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미상환액은 346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탑펀드가 2200여명의 투자금을 지급보증사들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며 사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 특정 지급보증사에 대한 주가 조작 의혹과 정·관계 연루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은 2020년 10월 수서경찰서에 탑펀드를 고소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접수한 고소장을 토대로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탑펀드 법인 ‘탑플랫폼 대부’와 대표이사 이모씨에 대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9월에도 탑펀드 사태 공범으로 10여명을 지목해 추가로 고소했다.
해당 펀드에 22억원을 투자했다는 조모(33)씨는 “탑펀드가 50여개의 지급보증사 페이퍼컴퍼니로 투자금을 빼돌리고 주가 조작까지 한 정황이 포착된다”며 “주범 중 한 명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가담한 사람으로, 탑펀드 자금으로도 다른 주가 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백억원 규모의 피해액이 발생한 대형 사기 사건이지만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4개월이 되도록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고소인 조사가 시작된 것도 지난달 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한 지 1년 3개월이 지난 뒤였다.
조씨는 “주가 조작이 시도됐고 심지어 금융기관이 연루된 정황도 보이는데, 경찰 수사 결과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면서 “계좌 압수수색이 늦어지면 범죄자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오스템 횡령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수사가 절차대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346억원이 사라진 이 사건은 수사가 왜 지연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찰도 수사가 지연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수사가 늦어진 만큼 검찰 송치 여부 결정에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소인과 고소인 조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계좌 압수수색은 진행한 상태”라며 “수사는 빠른 시일 내에 신속하게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 조작 혐의보다는 투자자들의 투자금 손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탑펀드 대표 이씨는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투자를 중개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투자자들에게 죄송하지만 나도 피해자”라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투자금 상환을 위한 채권 추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