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12시 30분쯤 서울 신촌 거리에 연세대 과잠(과 잠바)를 입은 대학생 무리가 가득했다. 파스타부터 돈까스 등 메뉴를 파는 여러 식당들은 이미 좌석의 절반 이상이 손님으로 차 있었다. 신촌에서 수제버거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아직도 힘들지만 최악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면 수업을 듣기 위해 캠퍼스를 찾은 연대생 김모(23)씨는 “1학년 초반까지만 캠퍼스 생활을 하다가 코로나가 터진 후 2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에 나오게 됐다”면서 “첫해는 송도에서 보냈고, 이후 휴학을 오래해서 신촌 캠퍼스에는 처음 수업을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주점이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정상화)’가 시행되면서 캠퍼스와 대학가 상권에도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교육부가 교육분야에도 대면활동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일부 대학들이 2학기 소규모 수업을 대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학교 동아리들도 각종 행사와 활동을 재개하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18일부터 ‘시설이 허용하는 범위 내’ 대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강의 5000여개 중 대면 수업 비중은 45.7%에 달한다. 연세대는 지난달 25일부터 30명 이하 소형 강의와 실험·실습·실기 수업을 대상으로 대면수업을 재개했고, 고려대도 이달 3일부터 50명 미만의 이론 강의와 실험·실습·실기 수업을 대면화했다. 서울대와 한양대, 중앙대는 2학기 종강 이후 겨울 계절학기 모두 대면수업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강대는 지난달 27일부터 40명 이하 소규모 강의에서 대면 수업을 허용했고, 한양대·한국외대·이화여대도 이달 1일부터 일부 30인 미만 소형 수업을 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다만 유흥가와 인접한 건국대와 홍익대는 일부 실험·실습·실기 대면수업 외 추가 확대 계획은 없다.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고사 상태에 놓였던 대학가 상권에도 부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예전만큼의 활기는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평가다. 이화여대 앞에서 샐러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확실히 대면수업이 시작된 이후로 학생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 근방 자취생들 수요로 입에 풀칠하며 근근이 버텨왔는데, 계절학기나 내년 봄 학기부터 전면적으로 대면수업이 실시되면 매출이 확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간 입은 손해에 비해 회복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도 나왔다. 신촌에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72)씨는 “시간제한이 풀리면서 나아졌지만, 매출이 엄청 오르지는 않았다”면서 “코로나 이전엔 가게가 2개 였는데, 결국 하나를 정리했다. 예전에는 과 단위로 50~80명 정도가 몰려왔는데, 단체 손님이 없어지니 이익 감소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원룸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빈 방이 많지 않은 탓에 안내문의 수도 많지 않은 모습. /송복규 기자

공실률이 높았던 대학가 원룸이나 상가도 임대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신촌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황모(59)씨는 “대면 수업이 없어지는 바람에 빈 방이 조금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나갔다”면서 “코로나가 한창일 때 임대 나온 가게들도 꽤 있었는데, 권리금 싸고 위치 좋은 것들은 진작 다 나갔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 학생들은 대면 수업때문에 학기 중에 급하게 자취방을 구하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한 달 후 겨울방학을 앞두고 단기 계약을 하려다 보니 빈 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에 사는 고려대 학생 임모(20)씨는 “대면수업이 없다보니 부모님이 자취를 허락하지 않아 대전 본가에서 생활했는데, 전공 수업 하나가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을 오게 됐다”면서 “단기계약이라도 하려고 안암동에 방을 알아봤지만, 마땅치 않아 고시원을 구했다”고 말했다.

대학이 직접 나서 학생들의 ‘방 구하기’를 돕기도 한다. 서울대는 직접 나서 재학생 40여명에게 월세 30만~40만원 수준의 단기 원룸 계약을 연결해 줬고, 고려대는 지난 2주 동안 인근 하숙집에 학생들을 이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또 기숙사 수용 인원을 기존 2인 1실에서 3인 1실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