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명 대학에서 학생회비를 횡령한 전 총학생회장에게 4주 정학 처분을 내렸다. 대학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회비로 낸 돈을 횡령했는데 4주 정학 처분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 15일 학생회비 약 650만원을 횡령한 전 총학생회장 김모씨에 대해 ‘학생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를 이유로 ‘28일 유기정학’을 결정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징계 사유를 묻는 질문에 “학생 징계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알려줄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김씨는 지난 3~4월 두 차례 자신 명의 계좌로 공금 약 650만원을 입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출금 계좌로 행사 관련 업체명을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자신 계좌에 돈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공금을 가로챘다. 여기에 총학생회의 자체 조사가 시작되자 학교 인근 음식점을 찾아가 총학생회 명의로 부식비를 결제한 것처럼 꾸며달라고 요구하는 등 은폐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지난 9월 30일 김씨를 횡령 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고소를 접수한 이후 현재 수사 진행 중”이라며 “진행 상황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소장이 접수되자 입장문을 내고 “횡령이나 배임 등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측이 결정한 징계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씨의 횡령 혐의에 대한 징계 결과를 밝힌 게시물에 ‘이게(회비 횡령이) 퇴학이 아니면 뭐가 퇴학이냐’ ‘(징계) 수위가 낮다’ 등 징계 수위를 비판하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의 회비로 구성된 공금을 가로챈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김모(22)씨는 “횡령은 퇴학이나 그에 준하는 처벌을 해도 모자르다고 생각한다”며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까지 포착된 상황에서 대학에 대한 자부심마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학생 하모(22)씨도 “4주 정학은 너무 경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반성을 할지도 의문이고 충분히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강조했다.
대학 학생회가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매년 발생하고 있다. 대학교 학생회 횡령으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사건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동안 총 5건이나 된다.
서경대학교에서는 지난해 10월 총학생회 간부가 총 38회에 걸쳐 2000만원을 횡령해 사설 도박에 탕진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에는 건국대학교 학생회 간부가 1500만원 상당의 학생회비를, 한양대학교 비상대책위원장이 학생회비 수백만원을 횡령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매년 학생회비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막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학교가 학생 자치기구에 개입하기 어렵다”며 “매년 각 대학에서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지만, 지금은 학생회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 회칙을 만드는 정도가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