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이용해 로또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는 당첨이 안 됐는데도 환불해주지 않는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 로또 판매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여 로또 당첨번호 예측서비스 이용자들도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직장을 구한 사회초년생 오모(25)씨는 지난 7월 복권 번호 예측서비스 업체로부터 홍보 연락을 받았다. 이 업체는 인공지능으로 판매량 예상에 따른 기대값, 판매점 랭킹, 사용자의 구매 이력 등을 반영해 복권 당첨번호를 알려주겠다며 오씨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3등 이상 당첨이 안 되면 환불해주겠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오씨는 “일반 회원 가입에 프리미엄 회원 가입까지 합쳐 총 100만원을 지불했다”며 “하지만 3등 이상 당첨은 당연히 안 됐고, 대부분 5000원 당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때는 뭔가 홀렸던 거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복권 당첨번호 예측이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오씨가 예측서비스에 가입한 데에는 업체 측에서 보여준 특허증 영향이 컸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올해 3월 복권 번호 예측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증을 확인한 오씨는 ‘이런 기술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복권 예측서비스에 가입했다.
해당 특허는 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영업방법에 부여하는 ‘BM(Business Method) 특허’다. 특허청 관계자는 “BM 특허는 주로 실효성이나 효용성보다는 ‘발명’의 관점에서 심사한다”며 “해당 기술이 실제로 복권 번호를 맞추는지에 대한 여부보다 전자상거래상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기술인지가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권 번호를 실제로 예측할 수 있어서 특허가 나온 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접목됐기 때문에 특허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특허청 관계자도 “복권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이 악용되거나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권 당첨번호 예측서비스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복권 번호 예측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민원 건수는 총 59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구제 민원은 2017년 48건에서 지난해 227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만 해도 민원 건수는 187건, 피해 액수는 9492만원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에 로또 판매액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복권 번호 예측서비스로 인한 피해도 덩달아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415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3조원이 팔려 최고 판매액을 경신할 수 있는 만큼, 예측서비스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는 복권법이 아닌 과대광고를 이유로 한 형법상 사기나 광고표시법 위반으로 제한하는 정도만 가능할 것 같다”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경찰,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피해 민원이 발생할 시 복권위 차원에서도 대응 방법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