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청원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3살 건장한 제 동생이 모더나 2차 3일만에 사망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청원인은 모더나 백신을 맞고 사망한 헬스트레이너 민모(33)씨의 친누나였다.
그녀는 평소 기저질환도 없었고 직업 특성상 매일 운동을 하는 건강한 남동생이 백신을 맞고 사흘 만에 죽었다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녀는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튿날 이 글을 올렸다. 민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28일 경기도 용인에서 민씨의 누나를 직접 만났다.
민씨는 지난 9월 17일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민씨는 1차 접종 때부터 심한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한다. 오한과 식은땀,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2차 접종을 한 10월 22일 이후에는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 민씨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10월 24일) 아버지 생신이어서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민씨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민씨가 너무 힘들어하자 가족들은 민씨의 아들과 함께 방에 들어가 쉬라고 했다. 그런데도 몸 상태가 계속 안 좋아졌고 결국 민씨는 먼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게 민씨의 유족이 민씨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본 마지막이었다. 민씨는 다음날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부작용에 시달렸으면서도 민씨가 10월 22일 2차 접종을 한 건 ‘생계’ 때문이었다. 민씨에게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생후 10개월 된 아들이 있었다. 이들의 생계를 민씨가 책임져야 했다. 그런데 백신 2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당장 헬스장에서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씨의 누나는 “1차 접종 후에 동생이 ‘힘들다’ ‘피곤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해서 2차 접종을 미루자고 했다. 그런데 헬스장에서 다음 달 ‘백신 패스’가 도입되면 미접종자는 강습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부터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을 이용하려면 백신 접종을 끝냈거나 진단검사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발표에 맞춰서 일부 헬스장에서는 트레이너들의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민씨는 백신 후유증이 심한 상태에서도 헬스장에서 일하기 위해 ‘백신 패스’에 맞춰 접종을 끝내려다 문제가 생긴 셈이다.
민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때문 아니냐는 댓글들도 있었다. 이런 댓글들이 유족의 슬픔을 더했다. 민씨의 누나는 “동생은 대회 출전이 아닌 강습이 주 목적이어서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을 쓸 이유가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대회에 나간 것도 2019년이 끝”이라고 했다. 민씨의 부검에서도 스테로이드 등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민씨의 누나는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동생이 왜 죽었는지 사인만이라도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정부를 향해 호소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달 26일 내놓은 1차 부검 결과는 ‘사인 미상’이었다. 부검소견서에는 ‘코로나 예방 접종을 받았다는 사건 개요와 관련해, 육안으로 확인되는 백신 관련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음’이라고 써있다.
심장 무게가 무거워지는 ‘심장비대증’ 소견이 있지만, 심장비대증은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고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기도 힘들다. 유족들은 건강한 사람이 백신을 맞고 3일 만에 사망했는데, 특별한 사인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그저 ‘백신으로 죽은 게 아니다’라고 하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민씨의 누나는 “정부에서 백신으로 죽은 게 아니라고 하는 순간 ‘국가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을 인정하기 싫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백신 부작용이 아니라면 적어도 합리적인 사인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그는 “그저 우리가 원하는 건 동생의 죽음을 사실대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며 “사망 원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모르기에 유족들은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민씨의 가족들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라고 믿었던 이들이다. 민씨의 누나와 그 남편도 10월 초에 모더나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2차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씨의 누나는 “코로나를 극복하려면 국민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해서 우리도 백신을 맞은 것”이라며 “그런데 내 동생이 백신을 맞고 죽었는데 내가 어떻게 맞을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민씨의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재부검을 포기했다. 국과수의 재부검은 2~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씨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한다. 민씨의 시신은 인터뷰 하루 전인 27일 화장됐다.
민씨의 누나는 “한낱 시민인 우리가 어떻게 정부와 싸워서 이기겠나. 결국, 살아남은 우리보다 세상을 떠난 동생을 생각해 편히 보내주기로 했다”며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동생의 정확한 사인을 알리는 것뿐”이라고 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인정하지 않지만 결국 동생이 세상을 떠난 건 백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죽음은 민씨 뿐만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백신 접종 관련 사망에 대해 인과성을 심사한 건수는 총 777건이다. 이 가운데 2건만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됐다. 중증 이상반응 심사 건수 1089건 중 백신 접종 인과성이 인정된 경우는 겨우 5건에 불과했다. 백신을 맞은 후에 수백 명이 죽고, 1000명 넘는 사람이 중증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가 책임을 인정한 건 각각 2건, 5건뿐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가능성을 더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백신 접종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며 “’사인 미상’은 백신으로 사망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지,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고 했다. 천 교수는 또 “중증이든 경증이든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과성이 정확히 밝혀지려면 1~2년이 걸릴 텐데, 그동안 백신 부작용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씨의 누나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물었다. 그녀는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납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 ‘아 그랬구나’ 하고 동생을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씨의 누나는 동생의 죽음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몇 번이나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정부는 일상 회복을 말하며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위드 코로나’를 위해 몸 상태와 무관하게 백신을 강요당하고 후유증에 시달린 민씨, 그리고 건강하던 민씨를 먼저 떠나보낸 유족에게 일상 회복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