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거주 중인 김모(30)씨는 지난 21일 기본 배달비 3000원에 2000원을 더한 5000원을 지불하고 배달의민족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배민원)을 통해 떡볶이를 시켰다. 배민원이란 배달원이 한 번에 한 건의 배달 주문만 수행하는 것으로 식당에서 나온 음식이 다른 곳을 거치지 않고 곧장 주문자의 집으로 배달되는 대신 추가 요금을 받는 서비스다.
하지만 김씨는 1시간이 넘도록 음식을 받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일방적으로 주문취소까지 당했다. 김씨는 “주문 후 40분이 넘은 시점에 배달원 위치를 GPS로 확인했는데, 배달원이 다른 식당 두 곳을 들러 각각 3분정도 머무르며 음식을 수령하는 듯했다”며 “화가 나서 상담원과 통화하던 도중 주문이 아예 취소돼버렸다”고 했다.
배민원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 번에 하나의 주문만 배달해 배달 시간을 크게 줄인다는 취지와 달리 단건배달 주문을 여러 개 받아 이곳 저곳 다니면서 처리하는 ‘꼼수’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배달 시간이 길어져도 소비자들은 합당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모(29)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배민원으로 지하철 3호선 화정역 부근 카페에서 커피 등을 주문했다. 20분쯤 후 배달원이 음식을 수령했다는 알림에 GPS를 확인했는데, 배달원은 김씨 집과 완전히 반대방향인 고양시청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당 지역을 40분 넘게 오고간 배달원은 주문한 지 70분이 지나서야 김씨 집에 도착했다. 김씨는 고객센터에 항의했으나 고객센터는 “즉시 확인은 어렵다”는 말과 함께 2주 안에 써야만 하는 2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김씨는 “화도 났지만 보상 수준을 보고 허탈함이 더 컸다”고 했다.
단건배달은 주문 1개만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배달원이 ‘쿠팡이츠’와 배민원이 서로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쓴다는 점을 이용해 하나의 휴대폰에 2개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켜 놓고 단건배달 주문을 한꺼번에 받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배달원으로 일하는 신모(34)씨는 “피크타임 와중에도 단건배달 부정행위자가 매일 5~6명은 꼭 눈에 띤다”고 했다. 그는 “처음 부정 행위자들을 봤을 때는 사진을 찍어 신고도 하곤 했지만 플랫폼 측에서 어떻게 제재했다는 소식도 없고, 적발하려는 노력도 없다”며 “정직하게 일해도 소용 없다는 회의감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일하는 배달원 최모(58)씨도 “신호 때문에 도로에 서있으면 단말기 여러 대를 부착한 사람들이 매일같이 보인다”며 “그런 사람들은 대개 단건배달 콜을 여러 플랫폼에서 받아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국내 최대 배달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배달세상’에도 “동대문에서 휴대폰을 3개나 쓰는 사람을 봤다” “강남엔 배민 계정 2개씩 쓰는 배달원이 너무 많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소속 배달원의 운행 시간, 움직임 패턴 등을 기록, 분석하는 형태로 단건배달 부정행위를 적발해내고 있다”며 “부정행위 적발시 경고를 주고 이후에는 계정을 영구 정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모든 단건배달 부정행위를 사전에 100% 차단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지난 2019년부터 배민원의 전신격인 ‘번쩍배달’을 제한적으로 운영해오며 습득한 노하우로 부정행위 적발 시스템을 꾸준히 고도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달의민족이 애초에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배민원 서비스를 강행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배달원의 양심에만 서비스를 맡겨 놓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배달원에게 제재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강성경 소비자와함께 사무총장은 “배달의민족이 배민원 같은 단건배달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놨으니 그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하는데 배달원에게 더 큰 책임을 돌리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단건배달 서비스를 홍보하고 이용을 독려하기 전에 서비스가 정확하게 제공되도록 배달의민족 측이 시스템을 구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