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묘인 커뮤니티에서 ‘책임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책임비는 입양자의 책임감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의견과 돈을 받고 입양보내는 건 판매와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는 최근 한 변호사의 의견서가 올라왔다. 이 카페는 회원수만 7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애묘인 커뮤니티다. 유기묘를 입양보낼 때 관행적으로 받는 책임비가 불법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자 카페 회원 한 명이 아예 변호사의 의견서를 받아서 올린 것이다.
의견서를 낸 김태림 변호사(법무법인 비전)는 “개인이 영리의 목적 없이 유실·유기된 고양이의 복지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책임비를 수령한 행위를 학대로 평가하기 어려워 처벌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변호사의 의견서까지 올라왔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부터 한달새 이 카페에 올라온 책임비 관련 글만 40여개에 달하고, 글에 달린 댓글을 모두 합하면 1000개가 넘는다. 도대체 책임비가 뭐길래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선 걸까.
책임비는 유기묘를 다른 사람에게 입양보낼 때 받는 일정액의 돈을 뜻한다. 길에서 구조된 유기묘나 길고양이를 입양받는 사람은 관행적으로 구조자에게 5만~10만원 정도를 준다. 입양자가 유기묘를 책임감 있게 키우라는 명분에서 현금을 주고받는 것이다. 책임비는 유기묘를 키울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주는 돈이기 때문에 입양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유기묘가 잘 자라는 걸 확인하면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책임비 관행이 불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책임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의견과 액수와 무관하게 돈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논란이 이어지자 유기동물 입양 중개 앱인 ‘포인핸드’에는 책임비의 사용처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책임비 관행을 놓고 불법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농림부는 지난 6월 책임비를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돈을 받고 동물을 주는 행위를 판매행위로 판단해 불법으로 규정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책임비를 명분으로 하고 있더라도 결국 돈을 받고 동물을 넘겨준 것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본다”며 “이후에 돈을 다시 돌려주더라도 이미 거래 행위가 이뤄진 후라는 점에서 판매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면 농림부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의견서를 보낸 김 변호사는 “책임비를 받고 입양을 보내는 행위까지 ‘불법 판매’로 규정해 처벌하려면 동물보호법 제46조 1항 1호에 따라 책임비 수령 행위를 ‘학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이 영리 목적 없이 유기된 고양이의 복지 증진을 위해 책임비를 수령한 행위는 학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 대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20년 넘게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최모(63)씨도 “강했던 친칠라 고양이 한 마리를 책임비 없이 입양 보냈다가 나흘 만에 죽은 일이 있었다”며 “책임비가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데려와 대충 관리하다가 입양자가 함께 키우던 개에게 물려 죽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