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과사전 사이트에 우리 농악(農樂)이 중국 조선족의 문화로 소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의 문화 왜곡 논란이 재차 일고 있다. 앞서 김치와 한복을 두고도 수차례 중국의 ‘문화 공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농악은 농부들이 농사를 지을 때 행해지던 우리 고유의 음악이다. 우리 전통 악기와 장단, 농악무(舞), 농사굿 등의 다양한 예술이 담긴 종합예술로 일부 지역의 농악은 국가 무형문화재에 등록돼 있다. 지난 2014년엔 우리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중국 방송에 소개된 '조선족 농악무'. /바이두 캡처

그러나 중국이 우리 농악의 일부인 농악무를 중국 조선족의 문화라고 왜곡해 소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구글’ 격인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백과사전은 농악무를 ‘조선족 농악무’로 규정하고 있다. 바이두는 농악무를 “랴오닝성(辽宁省) 지역의 조선족이 추는 전통춤으로 국가비물질문화유산에 등록돼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기원은 중국 고대 조선족 종교의식 가무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농경기 당시 논 노동의 발달로 농악무가 발달했고 생산을 촉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농경을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농악무가 왕성하게 유행했던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언급하는데 이를 ‘고려, 백제, 신라’라고 엉터리로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 소개된 농악무. 바이두는 "조선족 농악무는 랴오닝성의 전통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두 캡처

해당 페이지에는 농악무를 소개하는 방송 영상이 함께 올라와 있다. 방송은 한복과 풍물패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우리 민요인 ‘옹헤야’에 맞춰 상모 돌리기 등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중국 조선족의 문화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에 따르면 중국은 앞서 지난 2008년 소수민족의 문화를 보존한다는 명목하에 우리 농악무를 ‘조선족 농악무’라는 이름으로 중국 2차 국가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듬해엔 조선족 농악무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사물놀이 역시 ‘조선족 사물공연’이라는 이름으로 성(省)급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반크는 “사물놀이는 1970년대 한국에서 남사당패가 유행하던 과정에서 농악을 현대 감각에 맞게 무대예술로 각색한 새로운 장르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형식의 문화”라면서 “조선족 이주 이후 한국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지만 중국은 ‘조선족’의 문화임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방송에 소개된 '조선족 농악무'. 벽에 걸린 빨간색 플래카드에는 한글이 써있다. /바이두 캡처

중국의 문화 왜곡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국 전자제품 기업 ‘샤오미’는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 한복을 입고 있는 남녀의 그림이 ‘중국 문화(China culture)’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논란이 됐다.

스토어에 콘텐츠가 게재되기 위해선 샤오미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선 ‘사실상 샤오미가 문화 왜곡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불매운동이 언급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샤오미는 “혼란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이미지 설명을 ‘중국 문화’에서 ‘문화’로 수정했다.

지난해 11월엔 한 중국 기업이 개발한 옷 입히기 게임을 두고 양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게임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특별 아이템으로 한복을 지급했는데, 이를 본 중국 이용자들은 “한복은 조선족 의상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통의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해당 기업은 중국 이용자들에게 사과하면서 한복 아이템을 전량 회수, 파기하고 한국 서비스도 종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