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궐위 상태였던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 모습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회의를 개최해 총여 해산 절차를 밟는다. 남녀 학생 총투표를 통해 총여를 폐지했던 타 대학과는 달리 경희대는 여학생 주도로 해산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 총여는 회칙상 존재하지만 2017년 이후 사실상 뚜렷한 활동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총여의 부재가 학내 성평등 현안 대응에 공백을 만든다는 이유로 해산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생자치의 퇴조 분위기와 총여 회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 공격을 총여의 대표자가 수년간 나오지 않고 활동도 없었던 이유로 꼽는다. 실제 온라인상에 총여 회원들의 신상이 무단으로 공개되거나, 페미니즘 성향의 활동을 하지 못하게끔 협박전화가 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16일 총여 폐지를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총여를 해산해야 총여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공백이 생긴 사업을 다른 자치기구들에 분담하거나 대안 기구에서 새롭게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에서 졸속으로 총투표를 해 구성원 간 견해차가 해소되기 전에 총여를 폐지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여학생 회원들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 총여는 총학생회와는 별개 조직으로 1987년 출범했다. 총여는 1990년대까지 여성주의 논의를 주도하며 여학생들의 취업 대책 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2006년 ‘고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큰 물의를 빚었고,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힘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