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가 처제 몰래 처제 휴대폰으로 물건을 사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건 피해자는 가맹점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심은 피해자를 처제로 보고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를 적용해 형을 면제해줬는데, 이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 횡령, 절도 등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해주는 형법상 조항이다.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가 작년 6월 27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국회가 법 개정을 할 때까지 적용이 중지됐다.

대법원 전경. / 뉴스1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사건으로 기소된 A씨에게 형 면제를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청주에서 같이 살던 처제 B씨의 휴대폰으로 24회에 걸쳐 7723만5900만원 상당의 물품·서비스 결제, 현금서비스 신청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처제에 대한 사기 혐의와 회삿돈 1억1200만원 횡령 혐의를 병합 심리한 끝에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A씨의 처제 사기 혐의에 대해 형을 면제한다고 선고했다. 이 사건 피해자가 처제인 만큼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판결은 헌재가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이후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처제 사기 범행은 헌재 결정 전에 이뤄졌으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2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 내용 중에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는 종국적으로 카드, 계좌 명의자가 실질적인 피해자이나 직접 피해자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가 적혀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 사건 피해자를 가맹점 또는 대출금융기관으로 보고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누군지에 따라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으므로 2심은 검사에 대해 석명권을 행사해 피해자부터 명확히 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헌재는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1항에 대해 작년 6월 27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과 헌재소법이 규정하지 않는 변형된 형태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라며 “이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