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서울 경동고에서 시험 종료벨이 1분 일찍 울린 사고와 관련해 국가가 수험생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27일 서울 경동고에서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른 당시 수험생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인당 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험생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수험생 2명에게 각 100만원, 나머지 수험생들에게는 각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2023년 11월 16일 경동고에서 치러진 수능 1교시 국어 시험 종료 벨이 1분 일찍 울린 사고가 발생했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쓰고 있었는데, 시간을 잘못 확인한 담당 교사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학교 측은 실수를 깨닫고 2교시 수학 시험이 종료된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배부해 수험생들이 1분 30초 동안 추가 시험을 치르게 했다. 다만 이미 작성한 답안은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수험생 측은 사고 발생 후 교육 당국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도 하지 않고,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수험생 측은 국가가 타종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해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보상 등 사후 수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타종 사고와 그 후속 조치는 시험장 책임자 및 타종 담당 시험 감독관이 수능 관리 직무를 수행하면서 공평·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감독관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따라 수험생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수험생들에게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답을 OMR 답안지에 기재했다거나 ▲수능에서 평소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됐다거나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재수 등을 하게 됐다는 등 구체적인 추가 손해가 발생했다고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험생 측 대리를 맡은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변호사는 이날 1심 선고가 끝난 뒤 법정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원이 교육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인용 금액을 100만~300만원으로 정한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