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 측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법원이 27일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 40.97% 가운데 영풍이 단독으로 가진 25.42%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현장. / 뉴스1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영풍 주식 19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호주 계열사 SMH는 호주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법인이지만 주식회사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상법 369조3항(상호주 제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상호주 제한은 두 회사가 상대 회사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하면 서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최 회장 측이 34.35%, 영풍 MBK파트너스가 40.97%다. 그런데 법원 결정에 따라 영풍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25.42%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최 회장 측이 실제 지분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최 회장 측이 기존에 없던 영풍과의 상호주 관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기존에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을 10% 넘게 가지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영풍에 대한 지분율이 10%가 안 됐다.

그런데 고려아연 측이 지난 1월 22일 영풍정밀 등이 보유한 영풍 주식 19만226주(지분율 10.33%)를 호주 관계사인 SMC에 넘겼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날(23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에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 측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영풍 측은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지난 7일 법원은 영풍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SMC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서 상법상 상호주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지난 12일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을 SMC 모회사인 SMH에 넘겼다. 그러면서 SMH는 SMC와 달리 상법상 주식회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상호주 제한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고려아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SMH는 주식회사의 본질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영풍이 지적하고 있는 극히 사소한 제도상의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SMH의 법적 성격을 주식회사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고려아연이 영풍 의결권을 계속 제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풍이 지난 7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주식을 전부 현물 출자해 유한회사 YPC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순환출자 구조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게 MBK·영풍 측의 주장이다. 이번 정기주주총회는 작년 말 보유 주식 기준으로 의결권이 확정되는 것이라 재판부가 YPC 설립은 고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