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업가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이규원 전 검사(현 조국혁신당 대변인)가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선고유예는 법원이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형 선고는 하지 않는 것이다. 유예기간(2년)을 무사히 넘기면 처벌을 면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6일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검사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윤씨와의 3회 면담 중 공식적인 녹취록이 없어 진술 내용을 허위로 복기해 작성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공식으로만 녹음을 했다고 하더라도, 녹음이 이뤄졌다면 진위 여부가 쉽게 확인된다”면서 “오류 가능성이 있음에도 기억에 의존해서만 내용을 담았다면 공공 신용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거나 죄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죄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이고 미약하다는 점,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 판결은 기존 판례 등에 배치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바, 검찰은 이를 포함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 등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검사는 2018~2019년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조사하는 진상조사단에 소속돼 윤씨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면담 보고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고, 이를 특정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윤씨가 면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이 원주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도 같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이 전 검사가 허위사실을 면담보고서에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검사는 성 접대 의혹을 받던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자,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던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함께 이를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법무부는 작년 11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전 검사를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