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65)씨의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는 700자에 불과한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그 내용은 전씨가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에게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의원을 통해 도와주겠다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씨가 공천 청탁 통화를 했다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1억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다른 혐의는 없는지 등은 공소장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틀 앞둔 지난 10일 전씨를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앞으로 수사와 재판에서 검찰이 밝혀야 할 게 많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 기소된 '건진법사' 전성배씨./뉴스1

◇ “건진법사, 법당에서 ‘국회의원에게 건넬 돈’ 1억원 받아”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8년 1월 자신의 법당에서 사업가 이모씨가 데려온 영천시장 선거 출마 예정자 정모씨와 그의 조력자 A씨를 만났다. 현재 이씨는 가상자산 퀸비코인의 개발업체 운영자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2017년에 다른 사람 소개로 전씨와 알게 된 사이라고 한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건욱)은 이씨 혐의를 수사하다가 전씨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씨 등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자 전씨는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에서 전씨가 국회의원 B에게 전화를 한다고 하면서 통화 상대방에게 ‘정씨 공천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어 하루 뒤 A씨가 전씨의 법당에서 1억원을 전씨에게 건넸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그 자리에도 이씨가 있었다고 한다.

◇ 공소시효 만료 이틀 전에 기소… 법조계 “앞으로 밝혀야 할 게 많아”

검찰이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공소시효(7년) 만료를 이틀 앞둔 때였다. 앞서 두 차례 청구했던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한 법조인은 “검찰이 전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보완 수사를 하려다가 안되자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서둘러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전씨 공소장에서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는 전씨가 정씨에게 ‘국회의원 B씨를 통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 ‘B씨에게 전화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전씨가 실제로 통화한 사람에 대해 공소장에는 ‘상대방’이라고만 돼 있다. 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전씨의 통화 기록을 검찰이 확인했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소장에 상대방이라고만 했으니 실제로 B씨와 통화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씨가 정씨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의 행방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 조사 내용대로 전씨가 국회의원 B씨에게 공천 청탁을 하고 돈을 받았다면 이후 돈 흐름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 전씨는 B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도 전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인은 “불법 자금 수사는 돈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밝혀내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전씨에게 다른 혐의가 있는지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혐의를 입증하기 힘든 큰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입증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건을 먼저 수사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