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가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忌避)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양식있는 재판관이라면 스스로 회피할 것이다. 회피를 촉구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이 정 재판관을 대상으로 한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전날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재에 정 재판관 기피 신청을 냈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 재판관의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는 국회 측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소속돼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변론기일이 끝난 뒤 만난 취재진에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기피 신청 사유라고 판단을 했었고, 특히 (정계선 헌법재판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심리도 전에 ‘비상계엄이 위헌성이 있다’든지, ‘내란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미 예단을 드러냈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해서 기피 신청을 했다”고 했다.
이어 “별다른 이유 없이 (재판부가) 기피 신청을 기각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법리에도 맞지 않고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관 기피 신청 관련 불복 절차가 없는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윤 변호사는 “양식 있는 재판부, 양식 있는 재판관이라면 스스로 회피를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재판관) 회피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다섯 차례까지 일괄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재차 반박 의견을 밝혔다.
앞서 헌재는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을 종료한 뒤 14일과 16일, 21일, 23일과 2월 4일 등 다섯 차례의 변론기일을 지정해 윤 대통령 측에 통보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전날 다섯 번의 변론 기일을 일괄 지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냈다.
이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변론기일 일괄 지정은 헌법재판소법과 심판 규칙 조항에 근거한다”며 “여기는 형사 법정이 아니므로 형사소송 규칙을 적용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는 헌재이지 형사법정이 아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변호사는 “헌재법은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돼 있고, 형사소송 규칙에는 기일 지정에 대해 변호인의 의견을 듣도록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단지 헌법재판이라는 이유로 형사소송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 것은 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법을 지키고 법을 집행해야 할 헌재가 월권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또 “헌재는 (기일을) 급하게 지정할 이유가 없었고, 오늘 재판이나 오는 16일 재판에서 얼마든지 (윤 대통령 측) 변호인 의견을 듣고 고지해도 됐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굉장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첫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이 불출석하면서 4분 만에 끝났다.
윤 변호사는 다음 변론기일인 16일 윤 대통령의 출석 여부에 대해 “오늘 재판 진행 상황과 추후 상황을 보면서 우리의 증거 신청, 입증 방법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다만, 헌재는 다음 기일에 윤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헌재법 제52조는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한다.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그의 출석 없이 심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