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대법원에서 1조3808억원 재산 분할을 놓고 다투는 중에 그 전제가 되는 이혼 청구를 지난 23일 취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러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

Q.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자체가 없던 것으로 되나

A. 그렇지 않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각자 상대방을 향해 이혼 소송을 냈다. 2018년 2월 최 회장이 먼저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고 이어 2019년 12월 노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맞소송(반소·反訴)을 낸 것이다. 이번에 최 회장이 자신이 냈던 이혼 소송을 취하했지만 노 관장이 낸 맞소송은 그대로 남아 있다. 노 관장의 맞소송을 바탕으로 앞으로 대법원에서 이혼을 전제로 하는 재산 분할 재판이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 소송의 3대 쟁점은 이혼 성립, 위자료와 재산 분할이다. 대법원 상고는 최 회장만 했다. 항소심 판결 중에 1조3808억원 재산 분할 부분에 불복한 것이다. 이혼 성립과 2억원 위자료에 대해서는 최 회장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노 관장은 따로 상고를 하지 않았지만 최 회장의 상고에 따라 대법원 재판을 받게 됐다.

Q. 그렇다면 최 회장이 이혼을 취하한 이유는 뭔가

A. 최 회장은 이혼을 조속하게 확정하고 싶어하는 입장이다. 항소심의 이혼 성립 판결에 대해 노 관장이 상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 회장 본인이 이혼 청구를 취하한다면 이혼 성립만 별도로 확정될 수 있다는 논리라고 볼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매년 3월 공정위에 계열사의 지분 변동 현황, 매출, 직원 수 등을 신고해야 하는데 노 관장과 처남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 원장 회사는 세부 정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 잘못하면 SK그룹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혼 확정을 통해 노 관장 측과 서류상 가족 관계가 정리돼야 공정거래법상 노 관장 관련 회사 신고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 관장 측은 “노재헌은 이미 2004년 친족 분리가 돼 독립적으로 법인을 경영해왔고 계열사에 편입된 적이 없다”며 “그동안 SK 측이 노재헌 측에 계열사 신고를 위한 정보 확인 요청을 한 적도 없는데 이제와서 공정위 신고를 언급하며 이혼 확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Q. 대법원이 이혼 부분만 먼저 확정할 수 있나

A.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최 회장 측은 지난 5월 항소심 선고 이후 법원에 ‘확정 증명원’을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혼은 상고심에서 다투지 않게 됐으니 이혼만 먼저 판결을 확정해 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확정 증명원을 발급하지 않았다. 법원이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 회장 측이 상고를 통해 소송을 계속 진행 중인 만큼 이혼만 따로 확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인은 “이혼과 재산 분할을 함께 다투던 사건에서 이혼이 확정됐다고 해도, 재판부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면 이혼도 심판 범위에 남아 있다고 보면서 소송 확정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양측이 이혼에 대해서 다투지 않겠다고 했더라도 상고심 과정에서 다시 다툴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이 이번에 소취하를 한 것은 이혼에 대해서는 상고심에서 더 다투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번 법원에 밝혀, 이혼만 먼저 확정해 달라고 추가 요청하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한 법조인은 “이혼과 재산 분할은 사실상 한몸으로 보는데, 재산 분할은 계속 다투고 이혼만 취하하겠다는 것은 재판부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나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