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이렇게까지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기소된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만 세 차례 진행되고 유무죄를 가리는 정식 재판은 시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래떡을 들고 있다. / 뉴스1

수원지법 형사11부는 12일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대표 등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장은 변호인들에게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 사안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통상적인 절차에 비춰보면 이렇게까지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라고 했다. 이에 변호인 중 한 명이 “죄송합니다”고 했다. 재판장은 “통상적인 절차가 지연되는 건 적절하지 않고, 재판부 입장에선 부담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장은 다음 달 17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한 후, 정식 재판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재판장은 “사건 내용이 방대하고, 충분히 변론권을 행사할 기회를 드려야 하는 건 이해하는데, 다른 사건하고 비교해서 이렇게 차이 나게 진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앞서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지난 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 재판부는 지난 6월 7일 이 전 부지사가 별도로 기소된 대북송금 혐의와 불법 정치자금, 뇌물 수수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이 전 부지사 측은 “재판부가 이미 (관련 사건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기피 신청을 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재판 절차를 중단하고 변호인을 퇴정시켰다. 법관 기피신청이 접수되면 재판은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멈춘다. 이재명 대표 등 다른 피고인에 대한 절차는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한 시민단체가 요청한 이 대표의 대북송금 재판 생중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은 “지금은 준비절차라 생중계가 큰 의미가 없고, 곧 공판기일에 들어가기 때문에 생중계 근거가 없어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지난 6월 12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당시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모두 8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