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1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심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은 시나리오에 불과하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홍지영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으로 근무하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월 1심 법원은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직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등은 무죄로 봤으나 홍일표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특정 국회의원 사건의 검토를 법원 심의관에게 지시했다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검찰과 임 전 차장 측 모두 항소했다.

검찰은 1심 양형에 대해 “피고인(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현재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아 원심 판단은 사안의 중대성 등에 비춰 부당하다”고 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며 “재판 개입을 위해 불법적인 지시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관련해서 위법한 행위를 한다는 인식으로 공모하거나 사심을 가진 적이 없으며 범행에 구체적으로 공모했다고 제시한 증거가 없어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임 전 차장과 함께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에 휩싸인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으므로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