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회사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것은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 이후 두번째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사망한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6월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는 모습. / 뉴스1

24일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는 화성 화재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파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본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파견법·건축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외에 검찰은 인력 파견업체 대표와 아리셀 임원 등 관계자 6명과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에선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30분쯤 리튬전지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박 대표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안전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최악의 참사를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안전보건관리자가 퇴사한 후에도 약 넉달 간 공석으로 두고 회사 제조품인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인물을 안전보건관리자로 임명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 파견 받은 뒤 고위험 현장에 안전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23명 중 20명이 파견 근로자다. 이들 대부분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아리셀에 인력을 파견한 업체 두 곳 모두 고용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회사였다.

검찰은 아리셀에서 화재 참사가 나기 이틀 전 같은 공장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났으나, 대표가 추가 안전 조치를 하지 않고 직원들이 생산에만 몰두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생산량을 늘리려고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해 연쇄 폭발과 인명피해를 야기했다고도 봤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아리셀 관계자들이 생산량을 늘리려고 대피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구조를 변경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만 출입 가능한 잠금장치를 설치해 파견 근로자들의 출입을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은 군납 비리 혐의도 받는다. 아리셀은 방위사업청과 계약을 맺고 올해 4차례에 걸쳐 30만개의 군납 리튬전지를 납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지 성능이 계약 조건에 미달하자 박 본부장 주도로 시료 전지를 바꿔치기 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 검사를 방해한 업무 방해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아리셀을 방위사업청에 대한 사기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례다. 법원은 지난 달 26일 박 대표 부자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초기에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서울남부지검 소속 박지향(변호사시험 6회) 검사와 검찰 내에서 산업안전 사건에 전문성을 가졌다고 평가받은 김진영(사법연수원 29기) 검사를 투입해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다수 유사 대형 참사 사례를 분석해 구속 영장을 발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