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해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을 저질러 50억원 넘는 이득을 챙긴 경우 법원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 기준안이 마련됐다. 지금은 조직적 사기 범죄를 저질러도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13일 대법원은 전날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 제133차 전체회의에서 사기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강화되는 것은 13년 만이다. 양형위원회는 다음 달 양형위원 전체회의에서 이번 안을 심의한 뒤 확정할 예정이다.
현행 형법은 사기 범죄에 대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가중해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은 5억원~50억원 미만 범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 50억원 이상 범죄는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법정형을 토대로 자체적으로 정한 양형기준에 따라 형량 가중, 감경 사유를 더하거나 빼 선고 형량을 정한다. 현행 양형기준은 사기를 일반 사기와 여러 사람이 관여한 조직적 사기 두 가지로 나눠 선고 형량을 정하고 있다. 현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사기 범죄는 이득액 50억원 이상인 일반 사기 범죄나 이득액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 범죄다.
그러나 이번에 양형위가 새로 마련한 양형기준안에 따르면, 5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5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 범죄의 기본 형량은 현재 6~9년, 가중요인을 더하면 최대 8~11년이다. 양형위는 기본 형량은 6~11년, 가중 형량은 8~17년으로 높이라고 권고했다.
양형기준에서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있으면 형량범위 상한에 2분의1을 가중할 수 있다. 최대 가중 형량인 17년에 2분의1을 가중하면 25년6개월이 된다. 형량범위 상한이 25년을 초과하면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택할 수 있다.
양형위는 또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본 기존의 특별감경인자를 삭제했다. 수익을 추구하는 본능을 이용하는 사기범죄 특성상 이를 감경사유로 삼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사기범죄에 가담한 경우 가중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수정안에는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및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모두 삭제하라고 권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단순 공탁이 아닌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을 때만 감경 요소로 판단하라고 했다. 또 조직 사기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감형 사유로 보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