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권료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점차 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에 쓰이는 음악 저작권료 산정 기준을 두고 OTT 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넘게 소송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동통신사 및 방송사들도 권리자 단체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노래방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금영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음악 사용료 소송이 벌어졌다. 음저협이 구(舊) 금영에서 사용한 중국·베트남곡의 사용료를 청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이들의 다툼은 형사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음저협이 금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불법 음원 사용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금영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인 음저협을 상대로 승소했다. 형사 사건은 물론 음악 사용료를 두고 벌어진 민사 소송에서까지 금영엔터테인먼트가 이긴 것이다. 금영엔터테인먼트는 법무법인 세종이, 상대측인 음저협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음저협 “중국·베트남곡 사용료 내라”…음원 불법사용 고발도
음저협은 2007년 9월 구 금영과 음악 저작물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음저협이 사용을 승인한 음악 저작물을 영업용 노래반주기에서 사용할 것을 허락하고, 구 금영으로부터 일정한 방식에 의해 산정한 음악 저작물 사용료를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후 구 금영은 2016년 2월 영업 양수도 계약(금영→금영엔터테인먼트)을 체결했다.
이후 음저협은 2019년 7월 구 금영이 과거 노래반주기에 수록해 사용하던 중국·베트남곡의 음악 저작권 사용료 납부와 관련한 실지 감사를 실시했다.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등록된 곡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동포가 다수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 소재 노래방까지 현장 조사하기도 했다. 이후 음저협은 2020년 2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음악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공문을 금영엔터테인먼트 측에 보냈고, 금영엔터테인먼트 법인과 대표이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중국·베트남곡을 무단 복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김우균(사법연수원 37기) 변호사는 “당시 구 금영의 중국 법인이 현지에서 판매한 기기에서 중국인들이 음원을 추출해 한국으로 들여온 뒤, 대림동 인근 노래방 기기에 복제를 한 것”이라며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2020년 4월 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형사 사건을 마무리한 금영엔터테인먼트는 세종과 함께 음악 사용료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세종은 음저협이 음악저작물 사용 계약에 따라 징수하는 사용료는 민법상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으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거나,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상사 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세종은 음저협이 금영에 사용료 납부를 요청한 2020년을 기준으로 시효 기간이 지나 소멸된 채권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료 채권 소멸시효 지나” vs “소멸시효 주장, 권리남용”
채권의 소멸시효가 도과한 사실은 명백했던 만큼, 이번 사건에선 채권의 기산점, 즉 소멸시효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을 언제로 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세종은 사용료 채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이 발생한 때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신곡사용료의 경우 매월 신곡을 노래반주기에 선수록하고 분기 단위로 음저협의 수록곡 리스트 신고 요청에 따라 수록 리스트를 제출한 뒤 분기별로 정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월정사용료 역시 매 분기별로 판매 보고서를 제출해 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음저협 측은 사용료 채권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고 맞섰다. 구 금영 측이 정산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음에도 2007년경부터 수년간 의도적으로 사용료 산출의 근거가 되는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저협 측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존재하므로 채권의 소멸시효는 실지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채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인 2019년 7월 무렵부터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세종은 당시 음저협이 채권의 발생 여부를 인지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검토했고, 2008년 이후 구 금영이 음저협에 보낸 공문을 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이로써 금영이 신고 의무를 어겨 채권 발생 여부를 몰랐다는 음저협 측 주장의 이유가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음저협 측은 금영이 권리를 남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음저협 측은 “음악저작권 사용자가 허위 정산 자료를 제출한 후 시효 기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음악 생태계가 교란되고 음악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1·2심은 “금영엔터테인먼트가 허위의 정산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작년 10월 확정됐다.
임상혁(32기) 변호사는 “그동안 음저협과 음원 사용자 사이의 소송에서 소멸시효 주장은 꽤 있었지만,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 없이 금액의 적고 많음에 대해서만 판결이 내려졌다”며 “최근 권리자가 이용자가 되고, 이용자가 권리자가 되는 양면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번 소멸시효에 관한 판결은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 프로필
임상혁 변호사. 서강대 영문과·법학과, 미국 USC 법학석사, 서울대 지적재산권법 법학박사, 사법연수원 32기, 한국저작권위원회 부위원장
김우균 변호사. 서울대 국사학과, 미국 UCLA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한국지적재산권 변호사협회 부회장
김소리 변호사. 연세대 영어영문학·신문방송학과,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석사, 변호사시험 8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