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장애로 인해 성년후견을 받게 된 공무원을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공무원의 당연퇴직 사유를 규정한 옛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중 ‘피성년후견인’을 결격사유로 규정한 제1호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지난 1990년부터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 이후 2년간 질병 휴직을 했는데, 그의 배우자 B씨가 A씨에 대한 성년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A씨 명의로 금융거래 등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B씨는 A씨에 대한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당시 검찰총장은 성년후견개시 사실을 알고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을 결정했다.
A씨 측은 당연퇴직 후 지급된 공무원·교직원 단체보험 반환을 요구받았고, 15개월분의 급여 환수를 청구받았다. 이를 모두 변제한 A씨 측은 국가를 상대로 ‘공무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고, 이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와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공무원법은 정신상 장애로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국가공무원에 대해 휴직 명령 등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이 된 국가공무원은 해당 조항으로 인해 현행법상 공무담임권 보장의 대상에서 제외된 채 당연퇴직되는데, 가혹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헌재는 “후견이 종료될 수 있고, 법원에서 성년후견 종료심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봐도 그 제한 정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해당 조항처럼 당연퇴직 사유를 임용 결격사유와 동일하게 규정하려면, 재직 중 쌓은 지위를 박탈할 정도의 충분한 공익이 인정돼야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공무수행은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므로,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며 “하지만 배타적인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했다. 이어 “헌법 수호 등 논리 앞에 약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재의 사명과 기능에 비춰볼 때 위헌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피성년후견인을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는 조항은 공무원의 원활한 직무수행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성년후견은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돼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을 요구한다”며 “해당 조항은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정도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고려해 공직 배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