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로펌들이 대관(對官) 업무에만 집중했다면 우리는 정부 및 입법규제와 관련한 보다 폭넓은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회와 정부부처 출신 등 70여명 규모의 전문 인력들이 특정 산업 분석을 통해 기업 니즈에 맞는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셈입니다.”
법무법인 화우 GRC(Government Relation Consulting)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발탁된 홍정석 변호사(45·변호사시험 1회)는 지난달 29일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GRC센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GRC센터는 국내 로펌 가운데 최대 규모로 구성된 ‘통합형 입법·행정 규제 대응팀’이다.
원래 로펌들은 대관 조직을 비(非)상시 조직으로 운영했다. 국정감사 등 특정 수요가 있을 때만 움직였다. GRC센터는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의 법규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시 조직이다. 기업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방향을 찾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맡았다.
GRC센터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플랫폼 등이 두각을 나타내는 변화상을 반영해 센터장을 40대 ‘젊은피’로 뽑았다. 홍 센터장은 LG경제연구원(현 LG경영연구원)에서 기업컨설팅 업무를 하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공정거래위원회 할부거래과장으로 근무하는 등 기업·시장 분석 경험을 갖고 있다.
홍 센터장은 “화우의 GRC센터는 기존 정책분석 태스크포스(TF)와 법제컨설팅팀을 통합하고, 대관정책팀·법령해석팀·선거대응팀·CVC투자컨설팅팀을 합친 통합 센터”라며 “기업 경영컨설팅과 산업 분석이 가능한 인력이 함께 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고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RC센터는 ‘1호 프로젝트’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계획하고 있다. CP는 기업과 기관이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내부 준법 시스템’을 일컫는다. 법 집행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 도입됐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당시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우리 정부 산하에 위원회가 다수이고, 공공기관의 부실도 심해서 CP 도입으로 사전에 위험을 확인하고 제거해야 한다”며 “GRC센터가 공정거래 관련 표준 프로그램을 만들고, 각 회사나 기관에 특화된 부분을 추가로 접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과 기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화우만의 차별적인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CP 도입은 실제 일부 지자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도는 최근 산하 공공기관 간담회를 열고 CP 도입을 공식적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홍 센터장은 “경기도를 시작으로 각종 위원회와 공공기관이 위치한 서울시, 위원회와 공공기관 정리 작업 중인 강원도 등에서도 CP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GRC센터를 통해 기업친화적 법령 및 규제 컨설팅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입법 컨설팅이나 선거 전후 기업 대상 공약 분석 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법규·규제 대응 및 컨설팅 ▲국회 국정감사 및 조사에 대한 자문 및 대응 ▲대언론 홍보 등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와의 교류를 통해 입법과 사법, 행정 절차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공정위·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 등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 GRC센터는 규제·감독 기관 출신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김덕중 전 국세청장, 박세춘 전 금감원 부원장, 김재정 전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석제범 전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이 최근 합류했다. 여기에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식 전 의원, 이종후 전 국회예산정책처장과 여야 보좌관 출신 고문, 정부 관련 업무 베테랑으로 통하는 박상훈(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가 노하우를 제공한다.
홍 센터장은 “이미 다수의 정부 관련 컨설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면서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진행되자, 소위원회 의원들에게 반대 의견을 전달해 개정안 통과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IBK은행 등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GS벤처스와 효성을 대리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완료하는 등 ‘법제 컨설팅’ 경험도 풍부하다.
홍 센터장은 “GRC센터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산업 및 개별 기업에 특화된 법령과 규제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수요를 발굴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기존 로펌의 방식에서 벗어나 경영컨설팅을 접목시킨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