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검찰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대형 로펌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경영진 차원의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로펌들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검수완박 법안의 처리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이 법안의 구체적인 절차와 회의 날짜까지 정하면서 우려가 훨씬 커진 것이다. 일부 로펌들에선 대응책 마련을 위한 예비 차원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민주당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 검찰은 범죄를 인지하더라도 사실상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경찰·공수처 공무원의 범죄에 한해서는 사법 경찰 신분으로 수사를 할 수 있지만, 범위가 매우 적다. 압수수색도 경찰이 영장을 신청해야만 검사가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장 관련 주체는 사실상 경찰로, 검찰은 대리인 역할에 불과한 셈이다.
대형 로펌들 사이에서는 이 법안을 두고 부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이해가 높아 검찰 수사에서 역량을 발휘하던 검찰 출신 변호인들의 활동 반경이 없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는 매출과도 직결된 문제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조사나 압수수색, 항고 등에서 변호인의 조력이 요구되는데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형사부문장 변호사는 “조사단계에서 사건 수임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면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활동 폭이 반으로 줄어든 바 있다. 검찰 수사 범위가 모든 범죄에서 6대(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범죄로 축소된 바 있다.
형사 전문 중소 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수임이 반토막 났다”며 “소비자들이 ‘전관’을 수임하는 이유는 경험 때문인데, (검수완박 이후) 그 역할 자체가 막혀 버리는 것이니 ‘일하지 말라’는 취지와 같다”고 말했다.
대평 로펌들의 경영진은 이미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이 통과될 경우 조직 개편이나 인력 조정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급격한 형사사법체계의 변화이기 때문에 혼란이 예상된다”며 “경영진 회의 등을 통해 대응 방안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일찌감치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최근 2년간 대형 로펌들은 경찰 출신 변호사 인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들의 몸값은 금값이 됐다. 검찰의 수사권이 모두 박탈되면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게 로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대형 로펌의 경영진은 “경찰대 출신에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수는 한정적”이라며 “이들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로펌 업계 관계자는 “매출 기준 5위 안에 드는 로펌들은 모두 ‘경찰 스카웃’ 비중을 늘려왔다”며 “앞으로 스카웃 비중을 확대할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밖에 경찰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법인 화안의 김윤정 대표변호사는 “경찰에 특정 부분에 대해 수사해달라는 취지로 고발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불송치 된 사건도 있다”며 “돈이나 법리 등 쟁점이 복잡한 가사 사건의 경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