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혁을 예고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개정보다는 하위 법령을 바꾸는 방식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과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과반 이상을 차지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사법 관련 공약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 수사 단계의 책임수사 체제 확립’ 정책을 먼저 손볼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기간 공약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령이나 법무부 훈령 등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 확대는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등을 고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할 것이라는 취지다.
우선 검찰의 직접수사를 확대해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책임 소재도 더 명확히 가리자는 내용의 책임 수사제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송치 전 사건은 경찰이 자율적으로 수사하되, 송치 후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혐의가 적용된다고 판단할 때만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무혐의라면 그대로 종결한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1차적인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송치를 받은 사건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사건 서류와 증거물을 보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만약 고소·고발인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다. 그러나 보완수사나 재수사 모두 기본적으로 1차 수사를 맡은 경찰이 다시 담당한다.
윤 당선인은 이런 형사사법체계로 인해 ‘사건 떠넘기기’가 발생하는 등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복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은 경찰이 3년 6개월 동안 수사해 불송치 결정을 한 뒤 고발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이 넘겨받았고, 성남지청 내 의견 대립 끝에 수원지검이 보완수사 지시를 하자 성남지청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도 정부 의지에 따라 입법 없이 어느 정도는 개정이 가능한 영역이다.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로 제한한 내용은 검찰청법 규정이지만, 6대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고 있어 국회 동의 없이도 검찰 수사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여죄·공범 수사나 마약 등 특정 범죄 수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돼 실체 규명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비슷한 비판을 제기했다. 한 간부급 검사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가 축소되면서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이나 처리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 총량이 줄어들면서 경찰에는 업무가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골치 아픈 사건은 다른 경찰서로 보내거나 불송치 결정을 내리는 등 “사건을 쇼핑한다”는 불만도 변호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일선 변호사 10명 중 7명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된 경찰의 수사·조사 환경이 오히려 뒷걸음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서울지방변호사회 설문).
윤 당선인이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만큼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검찰 특수·공안부 등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한 조치도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의 개정으로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 작업을 거치며 수사기관의 권한이 분산됐고 그 결과 수사 뭉개기와 정치적 편향성이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경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며 수사 주체로 역할하던 과거와 달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으로 수사 주체가 쪼개졌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정권에서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치면서 각 수사기관이 사실상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에 소극적으로 변했다”며 “현재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 모두 끝까지 책임지고 수사를 하기 힘든 구조로 윤 당선인의 책임 수사제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