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章陵) 보존지역에서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공사를 하다 중단된 2개 아파트단지들이 공사를 재개한다.

10일 서울고법 행정10부(이원형 성언주 양진수 부장판사)는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건립하고 있는 건설사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가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포 장릉 전방에 조성되는 신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재판부는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신청인들은 건축물과 관련된 수분양자들, 시공사 및 하도급 공사업체 등과 서로 간의 계약관계로부터 파생되는 복잡한 법률적 분쟁에 휘말리게 돼 막대한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봤다.

문화재청이 주장한 ‘왕릉 경관 훼손’에 대해서는 “해당 아파트가 철거되더라도 기존에 건설된 인근 아파트로 인해 조망 훼손이 불가피하다”라며 “공사 중단으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7월 대방건설과 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 등 3개 건설사가 건설 중인 3400여세대 규모 아파트 44개동 중 19개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건설사들이 문화재청 명령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19개동 중 12개 동의 공사 중지를 인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했다. 법원은 대방건설이 낸 신청 1건만을 인용하고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이 제기한 2건은 기각했다.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1심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이에 이날 서울고법이 두 건설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3개 아파트단지는 공사를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장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지만, 이들 건설사는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심의를 받지 않았다.

이들 건설사가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 김포시 장릉 인근이다. 사적 202호로 지정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의 무덤이다.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에 포함된다.

공사는 재개됐지만,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규정 위반을 주장하며 아파트 일부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 등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