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현재 광주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5·18 헬기 사격 관련 형사재판이 종결될 전망이다. 피고인인 전씨가 사망하면서 곧 공소 기각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 기각은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의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2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재근)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전씨에 대한 항소심 마지막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항소하면서 지난 5월부터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전씨가 사망하면서 5·18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 규명이 막히게 됐다. 형사소송법 328조에 따르면 형사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사망하면 재판부는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항소심 도중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해 재판부가 공소 기각으로 재판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씨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이라 유죄 판결이 내려진 1심은 사실상 법적인 효력을 잃게 됐다. 당시 헬기 사격과 관련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는 역사적 의미만 남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5·18 단체 등은 “(전씨가) 제발 오래 살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해 5·18 단체가 제기한 민사 소송은 소송 당사자 승계를 통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5·18 관련 4개 단체와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한 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민사 소송에서 피고가 사망하면 상속인들이 소송 절차를 수계해 재판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전씨가 미납한 추징금 956억원에 대한 환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형소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유산과 함께 상속되는 채무와 달리 벌금이나 추징금 등은 법무부령인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에 따라 납부 의무자가 사망하면 ‘집행 불능’으로 처리된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추가 환수 가능성 등 여부에 대해 아직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전씨가 사망해 추징금 집행이 어렵지만, 제삼자 명의로 돌려둔 차명 재산에 관해 추가 집행이 가능한 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