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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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시기가 갈수록 늦춰지면서 출산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초산 연령은 32.6세다. 국제산부인과연맹(FIGO)과 세계보건기구(WHO)는 만 35세 이상을 노산(老産)으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주위에는 노산이 아닌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노산 기준은 66년 전인 1958년에 만들어진 만큼 기대수명이 86.6세까지 늘어난 지금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임신 후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나이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비만, 다태아 임신, 고혈압·당뇨 병력, 유산 경험...
한국은 대장암 발생률과 완치율이 모두 세계 1위다. 대장암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환자들이 생존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 20~30대에서 발생하는 ‘젊은 대장암’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이들의 생존율 역시 높은 편이다. 국내에 복강경과 로봇 수술 등 고난이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가 많은 덕분이다. 하지만 외과와 산과 등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점점 줄고 있다. 최근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필수 과를 포기하고 다른 과로 옮겨가는 의사도 늘었다. 지난달 8일부터 세계대장항문학회...
‘머리카락을 두피가 아닌 손, 팔, 다리, 등에 옮겨 심으면 원래처럼 잘 자랄까.’ 황성주(55) 명지병원 모발이식센터장의 생체실험은 이처럼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우리 몸 어디든 이식한 머리카락이 원래 성질을 유지한다는 게 당시 학계의 정설이었지만, 황 교수의 실험 결과는 정반대였다. 황 교수가 자신의 몸에 심은 모발은 두피보다 자라는 속도가 절반 수준으로 느려졌고, 다리에 심은 모낭을 다시 두피에 심었더니 다시 원래 속도로 길게 자라났다. 이식한 부위, 즉 옮겨 심는 밭에 따라 모발의 성질이 바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
평소 컴퓨터를 많이 쓰는 근로자는 눈이 침침하거나 목, 어깨, 허리가 자주 쑤신다. 밤샘 근무를 자주 하는 야간 근로자는 식습관이 불규칙해 비만이나 당뇨병이 많다. 대기 오염물질이 많은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폐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각 직업마다 갖고 있는 직업병이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수많은 근로자가 일하는 환경이나 일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것을 몰랐다. 물론 산업재해(산재)를 인정받는 일도 드물었다. 지난 6일 인천 남동구 길병원에서 만난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보건대학원장(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내가 연구하고 환...
담도는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경로다. 담즙은 소화를 돕는다. 담도암이 발생하면 담도가 막혀 폐쇄성 황달이 발생하고 염증을 비롯한 각종 합병증이 생긴다. 담도암의 생존율은 20~30% 수준으로, 췌장암과 함께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암으로 꼽힌다. 박준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담도암이 상대적으로 서양보다 동양에 많이 발생하다 보니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며 “신약이 개발되지 않아 30년간 치료법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면역항암제가 담도암에도...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 질환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폐암 발생자 수는 3만 1616명으로, 갑상선암(3만 5303명), 대장암(3만 2751명)에 이어 전체 암종 중 3위를 차지했다. 폐암은 암이 발생한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상당수 정상 조직이 함께 제거되는 문제가 있다. 폐는 한번 잘라내면 재생되지 않고 잘라낸 만큼 기능이 떨어진다. 암이 생긴 부분이 1~2㎝로 작아도 그 부분만 잘라내지 못하고 주변의 정상 조직을 많이 제거해,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치매는 하나의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종류가 다양하다. 대부분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뇌신경에 특정 단백질이 쌓여 발병한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심지어 스스로의 선택 때문에 치매에 걸릴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가 그렇다. 조한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치매 전문가이다. 조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치매박사’는 구독자가 3만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연구했지만, 국내에서는 알코올성 치매를 진료·연구하면서 적극적...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남성과 여성은 꽤 다르다. 염색체와 성호르몬, 생식기관이 다른 모양이고 생리학적 특성도 다르다. 이 때문에 같은 질환이라도 남녀에 따라 원인이나 진행 양상,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학계는 오랫동안 남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을 할 때 참가자는 주로 남성이었다. 여성의 몸에서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고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연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약물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
치매와 파킨슨병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겉보기에 상당히 비슷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인 데다, 환자의 인지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움직임도 느려진다. 증상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파킨슨병이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다른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lewy bodies) 치매가 그렇다. 둘 다 파킨슨병을 동반하는 치매로, 증상의 순서만 다를 뿐이다. 파킨슨병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질환이지만, 생각보다 환자가 많다. 지난 2021년 한국 60세 이상 인구의 1.5%인 11만 7000여명이 파킨슨병에 ...
사람들은 치매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린다. 치매 환자의 60~7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치매는 알츠하이머병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앓고 있는 질환이 환자의 30%를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혈관성 치매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고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의사가 된 이래 치매 연구만 매진했다. 그 공로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국무총리 표창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8년 노화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자 각국의 의료계는 술렁였다. 그전까지 노화는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이제 의학적으로 노화를 치료할 질병으로 간주하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회춘(回春)이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화에 대한 의료적 접근 방식도 노화를 늦추는 항(抗)노화에서 노화를 뒤집는 노화역전(逆轉)까지 확장됐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균형있고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라며 “단순히 오래 산다는 ‘장수(長壽)’의 개...
알코올성 지방간은 말 그대로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면서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병이다.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지방간은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드물지 않게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므로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술을 끊는 일이 중요하다. 다행히 국내에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최근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국민관심질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만 3859명으로 최근 10년간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
2021년 6월 덴마크 축구선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핀란드와의 유로2020 조별라운드 경기를 하던 중 심정지로 쓰러졌다. 그라운드에서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에릭센은 이후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하고 재활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현재 경기 풀타임을 뛸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맥 환자들은 심장이 갑자기 멈춰 온몸에 혈액을 공급할 수 없는 급성심장정지(심장마비)가 일어날 위험이 크다. 심장이 멈춘 상태로 수 분 동안 지속되면 생명을 잃...
심방세동은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해 파르르 떨리는 상태가 나타나는 질환으로 부정맥 중 가장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는 지난 2017년 18만2786명에서 2021년 24만5464명으로 4년만에 34.3% 늘었다. 국내 80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심방세동을 앓고 있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길어지면 심장이 정상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혈전이 생겨 뇌졸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고치는 치료제는 없고 심방에 카테터(관)를 밀어 넣어 심방세동 발생 부위를 절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
최근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려면 대학병원은 보통 2~3년, 개인병원은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문가들은 3년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졌던 코로나19 대유행을 지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진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우울감이 심각해졌다. 비대면 수업으로 일반적인 학교 생활, 교우관계를 맺지 못한 데다 학업과 진로 문제, 학교 폭력 같은 스트레스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 문제는 통계에도 나타난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사람의 치아는 가장 겉면의 법랑질, 신경을 느끼는 상아질, 신경이 있는 신경관, 치아를 받치는 잇몸뼈, 잇몸뼈와 치아를 잡아주는 치주인대로 구성된다. 커피를 마시지도, 흡연하지도 않는데 나이가 들어 치아가 누렇게 보이는 건, 불투명한 법랑질이 마모돼 얇아지면서 안쪽의 노란 상아질 색깔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시린 것도 비슷한 이유다. 법랑질이 깎여나간 상태에서 차가운 물을 마시면 신경을 느끼는 상아질을 통해 시린 느낌이 든다. 치과에서 주로 하는 레이저 미백 치료는 법랑질이 마모돼 치아가 누렇게 된 환자들에게 큰...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에서 배우 유오성은 필로폰에 중독돼 삐쩍 마른 몰골로 방안에서 이불을 쓰고 덜덜 떠는 연기를 했다. 영화 ‘써니’에서 배우 천우희는 학교 축제날 본드를 흡입하고 학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연기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두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당시 ‘마약 중독’에 빠진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마약 중독은 촌스러움을 벗고, 세련돼졌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클럽과 같은 유흥시설에서 손쉽게 마약을 접하고, ‘한 번쯤은’이라는 호기심...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이경숙(48) 씨는 지난 2017년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로는 세계 최초로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몸통 내벽에 암세포가 자라는 병인데, 치료가 어렵지 않은 암으로 통한다. 몸에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신이다. 이 씨는 2009년 난임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가 암 진단을 받았다. 33살의 나이였다. 다행히 암은 초기였지만, 자궁을 들어내면 임신할 수 없고, 항암 치료를 하지 않고 난임 치료를 하게 되면 암세포를 자극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실직 후 도박에 빠져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어머니의 단칸방에 얹혀살면서, 어머니 체크 카드를 훔쳐 경마장에 갈 정도의 밑바닥 인생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목숨을 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당뇨 합병증인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로 발이 썩어들어가는 어머니를 살리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뇨병(糖尿病)은 ‘소변에 당이 있는 병’이라는 뜻이다. 몸속에 포도당(혈당)이 소변으로 흘러넘친다는 증상에...
서울의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A양은 입학 2년 만인 지난해 돌연 귀국했다. A양은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수업을 자주 빠지고 과제를 놓치며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A양의 탈선을 우려한 학교는 보호자에 연락해 A양의 정신 감정을 추천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가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한국에 돌아온 A양은 정신과 치료 중이다. ADHD는 주의력 등을 통제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덜 발달해 나타나는 선천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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