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 드러머 라스 울리히의 지난해 9월 멕시코시티 공연 모습.

“빛이 사라지고(Exit Light)”(메탈리카)

“밤이 찾아오면(Enter Night)”(관중)

미국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보컬 제임스 헷필드가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을 부르며 “컴 온”을 외칠 때, 저도 “엔~터~나잇”이라며 떼창을 부를 뻔했습니다. 순간 이곳이 어디인지 잊어버릴 뻔했거든요.

이 장면은 지난해 9월 29일 멕시코시티 포로 솔에서 열린 메탈리카의 ‘M72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입니다. 어릴 때 메탈리카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며 반항심을 표출할 정도로 제 인생의 뮤지션이지만 그들의 공연을 보긴 어려웠습니다. 맨 앞줄 티켓 가격은 3000달러(약 442만원)를 넘을 정도로 고가인데다 매번 매진되기 때문입니다. 티켓을 구해도,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미 고령인 그들이 다시 한 번 내한공연할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비전 프로를 통해 메탈리카 공연을 즐기고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돌려보고, 천장으로 올려다보고, 바닥을 내려다봐도 공연장에 온 것 같습니다. 관중과 함께 공연을 보며 환호하다, 무대 위로 올라가 메탈리카 드러머 라스 울리히 옆에서 박자를 맞춥니다. 이 공연은 애플이 14대의 몰입형 비디오 카메라와 안정화 카메라, 케이블 서스펜션 카메라, 원격 제어 카메라, 돌리 시스템 등을 통해 촬영한 영상입니다. 180도로 촬영해 공간감이 있고, 초고해상도 영상과 공간 음향으로 현장감을 극대화했습니다. 6만5000명의 팬과 밴드의 퍼포먼스를 다양한 시점에서 담아 보고 있으면 그들의 땀과 침이 튈 것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메탈리카와 함께 공연을 즐기다니! 순간 비전 프로의 가격(약 499만원부터 시작)이 덜 비싸게 느껴집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에서 왜 애플 비전 프로 이야기냐고요? 비전 프로가 대중화되면, 몇몇 힙한 장소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1>시각형 공연에서 체험형 공연으로

지난해 9월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된 메탈리카 공연 모습.

지난 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지드래곤의 콘서트는 날씨 문제로 73분 지연됐습니다. 현장의 관객들은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죠. 이는 공연이 시작돼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팬심으로 추위를 이겨내는 건 한계가 있으니깐요.

공연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들이 있습니다. 티켓을 구해야 하고, 현장에 가야 하며, 공연 동안 식음과 화장실 사용을 제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걸 해결한다고 해도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지 않는 이상,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모습은 화면으로만 만날 수 있으니깐요.

비전 프로가 대중화되면 이런 공연 시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콘서트 시장은 이미 ‘비욘드 라이브’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팬이 있는 뮤지션의 경우 실황 중계가 기본입니다. 오프라인은 좌석 제한이 있지만, 온라인은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콘서트를 가는 입장에서 비전 프로는 콘서트의 공간감과 현실감을 상당수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많은 사람들이 큰 화면의 TV를 산 것이 영화관 방문 비율을 낮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선택권을 넓힙니다.

<2>테일러 스위프트가 본 그 수퍼볼 경기도 집에서

Football - NFL - Super Bowl LVIII - Kansas City Chiefs v San Francisco 49ers - Allegiant Stadium, Las Vegas, Nevada, United States - February 11, 2024 Kansas City Chiefs' Patrick Mahomes in action with San Francisco 49ers' Javon Hargrave REUTERS

지난해 2월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앨리젠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수퍼볼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경기도 비전 프로를 통해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캔자스시티 치프스 트래비스 켈시의 여자친구인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관중석에서 보기도 하고, 심판처럼 코트 위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의 과격한 몸싸움을 이걸로 보고 있자니,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습니다.

스포츠 경기야말로 집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유럽 축구나 미국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처럼 해외 스포츠 매니아도 많습니다. 이 경기들을 실감 나게 중계해준다면 즐겨볼 수 있는 니즈는 많은 것이지요. 현재 애플은 이 스포츠 마니아층 공략을 위해 미국프로농구(NBA)와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프로스포츠 앱’을 개발하고,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la에 있는 COSM 스포츠펍

비전 프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상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LA에 있는 스포츠펍 ‘코즘’은 1000인치 스크린 앞에서 함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곳입니다. 1인당 20~200달러를 내고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볼 수 있지요. 큰 화면 덕분에 실제로 경기장에 온 듯한 효과를 냅니다. 이런 효과를 ‘비전 프로방’ 같은 것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3>익스트림 스포츠 현장

애플 비전프로의 아이스다이브

여러 체험 중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건 어드벤처 시리즈 중 ‘아이스 다이브’였습니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는 꿈의 공간입니다.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바다에서는 보지 못하는 신기한 물고기들이 많지요. 특히, 실프라 협곡은 ‘세계 10대 다이빙 사이트’로 꼽힙니다.

그런데 비전 프로 속 레이캬비크 바다는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물고기가 튀어나올 때의 당황 감도 똑같이 들었습니다. 보통 다이빙을 할 때는 마스크를 끼고 하기 때문에 유리를 통해 물고기들을 보게 됩니다. 비전 프로 속 화면은 그 정도의 거리감만 들었다고 할까요?

그래도 다이빙의 묘미는 물의 흐름과 압력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100% 대체는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위험한 사이트를 가기 전 교육용으로는 충분할 듯합니다. 누구나 목숨은 하나밖에 없으니깐요.

비전프로 익스트림 스포츠

그런 면에서 비전 프로가 가격을 올리고 디테일을 강화한 건 장기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지금 대중화가 아닌, 미래의 대중화 같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시티로 메탈리카 공연을 보러 가고, 라스베이거스로 수퍼볼 경기를 보러 가고, 레이캬비크로 스쿠버다이빙을 가는 사람들에게 필수 가전이 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을 테니깐요. 이들을 잡고, 기기가 대중화되면, 대중들은 이보다 낮은 기술의 제품은 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기술의 비가역성으로 한번 접한 기술은 다시 그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