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재개되면서 대차 잔고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와 바이오 업종이 무너져 내렸다. 대차란 투자자가 기관 등에 주식을 빌리는 행위로, 공매도 전에 필수로 해야 하는 작업이다. 즉 대차 잔고란 전부가 공매도 잠재 물량을 뜻하는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예정 공매도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긴 하다.
31일 에코프로(086520)는 전날보다 12.59% 급락한 4만9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외에도 같은 이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비엠(247540)(-7.05%), 포스코퓨처엠(003670)(-6.38%), 에코프로머티(450080)(-6.40%), LG에너지솔루션(373220)(-6.04%), LG화학(051910)(-5.41%), SK이노베이션(096770)(-4.55%), 삼성SDI(006400)(-4.16%), POSCO홀딩스(005490)(-4.62%) 등도 줄줄이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들 종목은 대차 잔고 비중 상위 기업이다. 공매도가 재개되기 전인 이달 28일 에코프로비엠의 대차 잔고 비율은 15.15%였다. 에코프로는 12.62%, 포스코퓨처엠은 8.05%로 다른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차전지는 공매도에 실적 악화도 겪고 있어 주가가 추가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의 지속적인 재고 조정으로 “올해 1분기 이차전지 업종의 실적은 전 분기 대비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코스닥 종목이 공매도 재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커 시장에 거래 수요가 있는 종목은 공매도의 대안인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돼 있지만, 코스닥 주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종도 대차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이 약세를 보였다. 대차 잔고 비중이 8.50%인 HLB(028300)는 이날 3.67% 밀렸다. 11.40%인 차바이오텍(085660)도 2.70% 하락했고, 대차 잔고 비중이 5.50%인 삼천당제약(000250)은 2.37% 떨어졌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대차 잔고가 증가하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한 종목은 주의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가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방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 시가총액 상위 업종인 반도체, 은행, 상사·자본재 업종에 대한 매수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