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이 시장을 계속해서 흔들고 있다. 관세 자체의 파급력도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일희일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지난주(24~28일) 국내 증시의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코스피지수는 24일 2636.43으로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언급에 26일 2643.94까지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발표하면서 28일 2557.98로 장을 마쳤다. 11거래일 만에 26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도 한 주간 25.65포인트(3.6%) 하락하면서 지난 1월 2일 이후 처음으로 700선을 밑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월 2일(현지시각) 상호 관세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이 미국에 관세를 많이 부과하는 ‘더티(Dirty) 15’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국가별로 보복관세에 나서면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 관련 지표도 잇달아 나온다. ▲4월 1일 구인·이직보고서(JOLTs) ▲2일 ADP사의 3월 전미고용보고서 ▲4일 3월 미국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실업률 등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직원 해고가 본격화한 가운데 실업률 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인 건수를 중심으로 노동시장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계획에 더 신중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성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되는 점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 종목의 공매도 거래 허용은 17개월 만이고, 전 종목 기준으로는 약 5년 만이다.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가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수(Long)와 공매도(Short)전략을 동시에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 부담이 크고, 대차잔고 거래 비중이 증가한 업종·종목이다. 공매도 거래가 집중되면 주가가 단기 급등락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맞물려 상사·자본재, 조선, IT 가전, 기계, 화학, IT 하드웨어, 건강관리 업종을 경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낙폭 과대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소매·유통, 유틸리티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국내 증시의 기초 체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출 지표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월 수출 통계가 오는 4월 1일 발표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탄 가운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되는지와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에 따른 대(對)중국 수출 규모 증가세 등이 핵심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지도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마무리하고 선고만 앞두고 있다. 오는 4월 18일이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만큼 이번 주에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