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은행 예·적금과 대출 관련 업무를 은행이 아닌 우체국이나 저축은행, 지역 농협 등 상호금융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또 특정 은행 이용자가 다른 은행 지점에서도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갈수록 줄어드는 은행 지점 문제를 풀기 위해 소비자들이 은행이 아닌 ‘은행대리업자’를 통해 일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16개 은행의 지점·출장소는 5625곳으로 전년(5680곳)보다 55곳이 줄었다. 2020년(6405곳)보다는 780곳이나 감소했다.

은행대리업자가 할 수 있는 업무는 예·적금이나 대출, 이체 관련 고객 상담이나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이다. 대출 심사나 승인 등 의사 결정이 필요한 업무는 제외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이나 카드사·보험사·증권사 같은 은행이 최대 주주인 법인이면 할 수 있다. 가령 KB국민은행이 은행대리업자가 되면 신한은행 고객이 KB국민은행 지점에서 신한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대리점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이 인구가 적은 지역에 영업점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이나 저축은행, 상호금융도 은행대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우체국은 현재 전국 2500개 지점에서 11개 은행의 예금 입출금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데, 대출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대리업자가 되려면 은행은 금융 당국에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우체국,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은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한편 대면 영업을 할 수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는 은행대리업자가 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은행대리업자의 진입 규제나 업무 범위 등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은행대리업을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은행과 우체국 등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우선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