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최윤범 회장 측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재차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기각에 대한 즉시항고 결과를 지켜보며, 정기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 결과, 기존 경영진인 최 회장 측 후보 5명(박기덕 고려아연 대표, 김보영 한양대 교수, 권순범 변호사,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전 퀸즐랜드주 총리 비서실장, 정다미 명지대 교수)이 이사회에 입성했다.
영풍-MBK 측 후보 중에서는 3명이 선임됐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그리고 사외이사 후보로 나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이사회에 들어가게 됐다.
기존 이사들을 포함하면, 최 회장 측 이사는 총 10명이며 영풍-MBK 측 이사는 4명이다. 영풍의 의결권 25%가 제한되며 영풍-MBK 연합이 불리한 위치에 놓였지만,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뽑는 바람에 도리어 영풍-MBK 측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득표 순으로 8위까지 이사로 선임했는데,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은 각각 7, 8위를 기록했다.
이날 영풍-MBK는 “고려아연 정기주총은 우려했던 바와 같이 최윤범 회장의 또 다른 탈법 행위로 인해 파행됐다”며 “이번에도 최 회장 측은 회사의 재산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유용하면서,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전날 밤 영풍은 주총을 열고 보통주 1주당 0.04주를 기습 배당했다. 원래 영풍의 발행주식 총수는 184만2040주였고 고려아연의 호주 회사 선메탈홀딩스(SMH)는 그 중 19만226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배당으로 인해 신주 6만8805주가 추가 발행되면서 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이에 영풍과 고려아연 간 상호주 관계가 해소됐으므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건 위법이라는 게 영풍-MBK 연합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즉시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위로 끌어올리며 반격했다. SMH가 케이젯정밀로부터 영풍 주식 1350주를 한 주당 44만4000원에 장외매입한 것이다. SMH의 영풍 지분율은 10.03%로 다시 늘었고,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영풍-MBK 관계자는 “최 회장의 불법, 탈법 행위로 주주의 기본권 마저 박탈돼버린 고려아연 주총은 한국 자본시장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은 대한민국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이자 시가총액이 15조원에 이르는 상장사의 주총에서 주주의 재산이자 기본권이 개인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반복적으로 침해된 사태를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과 MBK는 왜곡된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고 맒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가 영풍-고려아연 간 상호주 관계를 인정하며 “영풍이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영풍-MBK는 즉시 항고한 상태다.
영풍-MBK는 즉시항고의 결과를 기다리며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준비할 방침이다. 효력정지 가처분은 주총 안건별로 따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