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이익에 부정적이라고 28일 평가했다. 다만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량이 늘면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25% 관세 부과로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3조4000억원, 2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연구원은 관세로 현대차그룹의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먼저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절반이 수입차인 상황에서 현지 생산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 연구기관 CAR는 25% 관세 부과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1대당 2000~7000달러 상승하고 연간 판매 대수는 100만대(6.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뛸 수 있다.
강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판매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액 증가가 현대차그룹의 관세 부담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며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리스 종료 차량의 잔존가치가 상승해 현대차의 금융 부문 손익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연구원은 또 현대차그룹이 HMGMA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판매 대수, 판매 평균가, 관세 소비자 전가 정도, 현대차·기아 제조 비율 등을 가정해 HMGMA 연간 생산량에 따른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변화를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HMGMA가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면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 감소폭은 2조5000억원, 1조7000억원으로 줄어든다. HMGMA의 가동률을 최대 생산능력(CAPA·연산 30만대)으로 끌어 올리면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90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친다.
HMGMA가 생산능력을 연간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인 가운데, 그만큼 생산량을 달성한다면 현대차는 관세가 없었을 때보다 오히려 영업이익이 5000억원가량 증가한다. 기아도 관세 부과 후에도 영업이익이 큰 차이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강 연구원은 “무차별적 관세라 오히려 낫다”며 “HMGMA의 가동이 없더라도 관세의 71% 이상을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 모두 피해를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