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은 26일 최근 8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제철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밝힌 현대제철(004020)에 대해 구체적인 출자 비율이 나오기 전까지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자본 비용은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자 의견을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목표 주가는 3만원을 유지했다. 현대제철의 전일 종가는 2만7450원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뉴스1

앞서 현대제철은 전날(25일)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는 58억달러(8조5127억원)다. 자본구조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타인자본 5대 5로 할 예정이며 자기자본의 과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공동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지분 출자 세부 비율과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며 “구체적인 출자 비율이 나오기 전까지는 숫자로 확인할 수 없는 자본 비용은 불확실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투자 이견을 중립으로 하향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이번 미국 투자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극화된 시대에서 현지 생산은 유의미한 투자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철강재 순수입국인데다, 미국 내 철강재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받지 않는 점, 또 현대제철이 투자하는 미국 내 제철소는 시작부터 캡티브 시장(현대·기아차 물량 및 기타 OEM)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현대제철의 공시에도 출자 구조나 비율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현 시점에서 재무 부담을 추정할 수 없다는 점과 2000년대 고로 투자의 재무 부담이 현재까지 현대제철에 이어져 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합리적이라고도 평가했다. 앞서 전날 현대제철의 주식은 7% 하락 마감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재무 부담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자기자본의 과반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출자할 것이라 이야기한 것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자기자본에서 50%를 현대자동차가 투자를 하게 되면 2조1250억원을 투자해야 하고, 그 중 현대제철의 비중에 따라 재무 부담이 달라질 것”이라며 “제철소 투자인 만큼 현대자동차그룹 투자에서도 현대제철의 비중이 50~70%라고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타인자본 조달도 문제”라며 “투자금의 절반을 타인자본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그러므로 미국 제철소의 법인 형태가 중요해진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높은 확률로 합작투자(JV)의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은 지분율에 따라 미국 제철소가 현대제철에 연결되느냐, 지분법으로 인식되느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기대되는 현대제철의 주가 모멘텀(상승 동력)으로 ▲중국 감산 확산 ▲열연과 형강 등 반덤핑 관세 조사 결과 발표 ▲미국 제철소 지분율 확정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