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장별 수급은 확연히 엇갈리는 모양새다.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는 하락에, 코스닥 지수는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26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이달(4~26일)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코스피200지수 하락 폭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나타났다. 총 288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순매수 20위 안에는 ‘KODEX 인버스’(465억원·12위)도 있다.
반대로 개인은 코스닥150지수 상승 폭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2716억원·2위), ‘KODEX 코스닥150’(315억원·20위)은 3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매도 수급에서도 차이는 뚜렷하다. 개인 순매도 20위 안에 코스피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은 ‘KODEX 레버리지’, ‘KODEX 200’ 등 6개로, 총 5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반대로 코스닥의 경우 지수 하락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444억원어치 팔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코스닥 지수 상승 폭이 코스피 대비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 거래대금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시장인데, 올해(1월 2일~3월 26일) 개인은 이 시장에서 3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직전 3개월 동안 70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 유동성이 늘며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2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확정되면서 개인의 코스닥 시장 참여 비율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작년 말 6조5000억원대에서 이달 들어 7조8000억원대로 20% 가까이 늘었다. 코스피의 경우 이보다 적은 13%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는 31일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를 늘려 코스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종목의 현물 거래를 통해 롱숏(상승 예상 종목을 사고, 하락 예상 종목을 공매도) 전략을 펼칠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주가지수 노출을 최소화하는 ‘시장 중립 전략’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전략은 기대 수익률이 낮은 편이라, 외국인은 현물 매도를 통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한다. 코스피의 경우 코스피200 선물 등 파생상품으로 일부 헷지(위험 회피)가 가능했기에 공매도에 따른 주식 거래 활성화 효과는 코스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향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까지 해소되면 밸류업 프로그램 확대 등 추가적인 증시 활성화 대책도 기대해 볼만하다. 이달 코스피 지수는 4.39% 오를 때 코스닥은 3.69% 하락했는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개인들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매도 재개나 정책 지원이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본래 목표였던 장기적인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참여율을 높이고, 점진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우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연초 특정 산업이나 테마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업종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닥 상승을 이끌 테마로 인공지능(AI), 우주, 로봇, 엔터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