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25일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은 8조원 수준에 그쳤다. 이달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21일까지 12조원에 육박했지만, 24일 7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날 거래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계속되는 관세 전쟁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공매도 재개 등까지 겹치면서 관망 심리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다가 이내 힘을 잃고 하락 마감했다. 이른바 ‘전강후약’ 흐름이 반복됐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26포인트(0.62%) 내린 2615.8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8.96포인트(1.24%) 하락한 711.26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코스피시장에선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비롯해 579개 종목이 약세였다. 상승 종목은 305개, 보합 종목이 56개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대장주 알테오젠(196170) 등 하락 종목이 1126개였다. 상승 종목은 504개, 보합 종목은 91개였다.

코스피시장에선 기관만 679억원 ‘사자’에 나섰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782억원, 635억원 순매도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70원 선에 육박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는 7거래일 만에 코스피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887억원, 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923억원 순매도했다.

장 초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상호 관세와 관련해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 있다”는 발언에 주목한 투자자가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미래에 제약품, 자동차,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금세 꺾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2023년 기준 베네수엘라가 수출하는 석유의 68%를 중국이 사들였던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대(對)중국 관세 수위를 더 높이는 조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호 관세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가 발효되기 전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했다.

관세 우려가 줄어드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호재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경기에 대한 걱정이 줄면서 미국 외 시장으로 향하던 자금 흐름이 다시 돌아설 수 있다는 취지다. 밤사이 나온 미국 3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를 웃돌아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치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달 31일부터 전면 재개되는 공매도 거래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공매도 재개는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종목 기준 17개월 만이고 전 종목 기준으로는 약 5년 만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가파르게 올랐던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업종이나 조선, 방산 등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한화오션(042660), 한화시스템(272210)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반대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업종은 현대차(005380)그룹의 대규모 미국 투자 소식에 강세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