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태광산업(003240)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주 가치 제고 등을 위해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추진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트러스톤은 이날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달라고 태광산업에 요청했다. 이성원 트러스톤 ESG운용부문 대표는 “태광산업의 경영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0.16배에 머물 정도로 저평가 상태이고, 지난 20년간 평균 배당성향이 1.5%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SK브로드밴드 주식 매각으로 9000억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인데, 태광산업이 이를 활용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논의도 최근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임과 함께 중단됐다는 게 트러스톤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주주총회 이후 태광산업 경영진 및 이사회와 함께 자사주 매입·소각, 중장기 배당 정책 수립, 임원 보수와 주주가치 연동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SK브로드밴드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한 구체적 주주 환원 방안까지 법률 검토를 마무리한 상태였다”고 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섬유와 화학 등 주력 사업 부진 속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위기 상황인 만큼 새로운 비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대 주주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태광산업 실질 지분을 약 73% 보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이 태광 산업 경영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경영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현재 상태보다는 차라리 이사회에 정식으로 참여해 투명하게 책임 경영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의 의사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주총회를 소집해 사내이사로 선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2023년 8월 복권 이후 경영 복귀를 준비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상근 집행 임원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태광산업 비상근 고문으로서 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 진출 등 대주주의 역할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한해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고 준비할 단계는 아니고, 건강 호전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