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미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자 개인 투자 자금이 국내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미국 증시 대신 국내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ETF의 순매수 규모는 다소 둔화됐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11일 기준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레버리지’였다. 이 ETF는 코스피200 지수가 오를 때 일별 등락률을 2배 추종한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 KODEX레버리지를 6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레버리지 다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ETF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375억원)와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16억원), ‘KODEX 200′(108억원) 순이었다. 모두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4~11일) 들어 해당 종목들을 총 181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들인 금액보다 많다. 같은 기간(4~11일)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ACE 미국S&P500·KIWOOM 미국S&P500·KODEX 미국S&P500·TIGER 미국S&P500·WON 미국S&P500·SOL 미국S&P500) ETF의 순매수 규모는 776억원이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11일 하루 TIGER 미국S&P500 ETF를 144억원 순매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 증시에 집중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를 초종하는 ETF 거래대금을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추종 ETF 5종(ACE 코스피·KODEX 코스피·PLUS 코스피·RISE 코스피·TIGER 코스피)을 1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거래대금이 크지 않지만, 지난달 38억원 순매도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판단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미국발 관세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증시가 선방한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증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가 나올 때마다 급등락하고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뉴욕 증시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상 밤 사이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데, 최근에는 미국 증시가 하락한 뒤에도 코스피 지수는 소폭 하락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11일 밤 미국 증시가 하락했지만, 12일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상승 출발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이 있는 미국주식시장보다는 가격 매력이 부각된 신흥국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