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이를 수용하고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행동주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처음 결과를 낸 곳은 한국형 헤지펀드 1세대 쿼드자산운용이다. 쿼드자산운용이 한국단자공업에 보낸 주주서한에 따라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내놓았다. 이 밖에도 운용사, 소액주주연대 등이 코웨이(021240), 밀리의서재(418470) 등 회사에 주주제안을 하면서 치열한 정기 주총 표 대결이 예상된다.

서울 테헤란로의 빌딩숲. /조선DB

자동차용 커넥터 제조사 한국단자(025540)는 이달 17일 밸류업 공시를 내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2026년까지 연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3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주주와 소통도 정례화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단자는 계열사인 케.이.티.인터내쇼날(케이티인터내쇼날)을 2027년까지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는 한국단자 지분 3% 정도를 보유한 쿼드자산운용이 지난달 주주서한을 통해 요구한 내용이다.

쿼드자산운용은 그동안 한국단자가 케이티인터내쇼날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쿼드자산운용에 따르면 케이티인터내쇼날의 상품매입 86%가 한국단자와의 내부 거래에서 발생한다. 이에 쿼드자산운용은 ▲케이티인터내쇼날과의 합병 ▲배당성향 35% 이상 확대 ▲주주와의 소통 강화 등을 한국단자에 요구했다.

한국단자는 케이티인터내쇼날을 합병이 아닌 자회사로 편입하고, 배당성향을 30%로 정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쿼드자산운용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쿼드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던 상황”이었다며 “요청한 사항의 상당 부분이 수용됐다”고 말했다.

KT(030200) 자회사인 밀리의서재도 이달 초 주주제안을 받았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14일 “실현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법률 검토 후 정기 주총 안건 상정 여부를 포함해 적합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투자자들은 조만간 밀리의서재가 주주제안을 수용해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밀리의서재 제공

해당 주주제안은 국내 자산운용사인 서울에셋매니지먼트가 보냈다. ▲2023년 순이익의 50% 자사주 매입·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 ▲중장기 주주환원책 도입 등이 포함됐다. 서울에셋은 밀리의서재 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엔 1%대 지분을 모은 소액주주연대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밀리의서재가 그동안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3년 885억원의 결손금을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메꿔 배당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또 작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중간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도 개정했다.

황성민 서울에셋 펀드매니저는 “현재 소액주주연대와 의결권 위임을 협의 중이고, 3월 중순 주총 안건으로 상정될 확률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올해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와 싱가포르의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각각 코웨이(021240), KT&G(033780)를 상대로 주주행동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023530), 이마트(139480) 소액주주연대도 각 사에 집중투표제 도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율과 주주환원율이 낮은 기업에 행동주의 캠페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월 초까지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의 대상이 된 회사 7곳 중 6곳이 최대주주 지분이 50% 미만으로 집계됐다. 전년 주주환원율이 30%가 되지 않는 곳도 4곳이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보다는 가치주가 행동주의 캠페인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주주 지분율이 낮을수록 소액주주연대와 기관투자자의 참여로 주총에서 안건 상정 및 가결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