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한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메타가 자체 AI 칩 개발에 애를 먹으며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어 차라리 인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인수·합병(M&A)이 그렇듯이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양측은 이달 내로 딜을 종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메타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나 구체적인 매각 조건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 시리즈 C 브릿지 투자를 통해 인정받은 기업가치 8000억원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메타가 퓨리오사AI를 인수할 유인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메타가 자체 개발한 AI 칩인 ‘MTIA’를 개발했지만, 기대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I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칩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 올해 데이터 센터 등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650억달러(약 94조412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메타의 칩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인데 메타의 생성형 AI 모델인 라마를 돌릴 수 있는 칩은 전 세계적으로 몇 곳 없다”며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그록(Groq)이나 세레브라스(Cerebras) 정도가 대안인데 이 또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설명했다.
이어 “퓨리오사AI 칩도 라마를 돌릴 수 있는 칩 중 하나인데, 미국 칩 스타트업 대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메타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며 “경쟁사인 오픈 AI가 자체 AI 칩을 개발해 생산을 앞두고 있어 칩 내재화가 급한 메타가 충분히 애가 탈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8월 차세대 AI 반도체 ‘레니게이드’(RNGD)를 공개하면서 “레니게이드는 메타의 라마2 및 라마3와 같은 고급 생성형 AI모델의 대규모 배포에 이상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퓨리오사AI는 올해 레니게이드를 대만 TSMC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비싼 칩을 쓰지 않고도 준수한 성과를 낸 점도 메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 모델을 내놓은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H100 칩을 사용했지만, 추론 단계에서는 화웨이의 Ascend 910C 칩을 활용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메타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딥시크 사례를 지켜보며 꼭 고성능 칩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메타는 또 다른 국내 AI 칩 개발사인 리벨리온 제품도 테스트해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 2017년 설립된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출신 백준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지금까지 약 1억1500만 달러(약 1672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DSC인베스트먼트(241520), KDB산업은행, 네이버 D2SF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