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 여력은 30% 이상인 반면 하락 위험은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반기 실적 개선을 고려할 때 모든 악재는 이미 충분히 반영된 상태입니다. 특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과 양자 컴퓨터의 개발 확대는 삼성전자에 호재일 수 있습니다.”
30일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는 약 34% 하락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로 역사적 하단을 기록하고 있다”며 “악재 둔감, 호재 민감 반응의 영역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바닥을 찍고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투자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그는 조선일보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동 주관한 ‘2024년 리서치 우수 증권사 및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애널리스트 475명 중 가장 신뢰받는 애널리스트에게 수여되는 특별상을 받았다. 3년 연속 수상이다. 반도체·전기전자·디스플레이 부문 1위로도 선정됐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올해 목표 주가는?
“7만원, 투자 의견은 매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고하저(上高下低)’와 달리 올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이익 패턴을 보일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조4000억원, 하반기 영업이익 10조900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재고는 이미 정점을 지난 것으로 추정되며, 2분기부터는 고객사의 재고 감소와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축소 효과가 반영돼 메모리 수급은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 달 5년 가까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족쇄가 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재판이 마무리되면 경영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될 예정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도 상반기 중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줄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AI 관련주의 주가 변동성 확대로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 관련 소재, 부품, 장비 종목은 주가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상대적 수혜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저비용 고효율 AI칩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컴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칩 탑재 비중 확대로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딥시크의 저비용 AI 탑재 증가는 AI 생태계 확장을 의미한다. 반도체 기업에 나쁠 수 없다.”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올 경우 반도체의 왕좌는 어떻게 될까.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온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는 엄청 쓰일 거다. 그래도 반도체다.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반도체 자리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AI는 10~15년마다 오는 메가트렌드다. 1990년대 PC 혁명, 2007년 아이폰 모바일 혁명에 이어 2022년 챗GPT로 AI 시대가 열렸다. 메가트렌드가 나오면 최소 5~10년은 성장을 한다. 반도체, 전력 기기, 소프트웨어 등 AI 내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AI는 중학생 단계다. 대학 가고, 취직해 회사에서 과장, 차장될 때까지는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다. AI 투자에 가장 접근이 용이한 것이 반도체다.”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으로 브로드컴이 주목받고 있다.
“브로드컴이 대항마가 될 수는 있지만, 당분간 주류는 엔비디아가 될 수밖에 없다. 병원으로 본다면, 엔비디아는 고스펙에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있는 대학병원이다. 반면, 브로드컴은 고객 요구에 맞춰 빠르게 칩을 디자인해주는 동네 병원이다. 물론 엔비디아가 투자 비용이 더 많이 들긴 하겠지만, 그만큼 더 큰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대학병원과 동네 병원처럼 양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