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미국 간 경제성장률, 물가, 금리 모두 엇갈린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은 22일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美 경제 2.5% 성장하는 사이 韓 성장률 1.6% 예상

자본연은 올해도 한국과 미국의 경제 온도 차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안정적 고용 시장이 민간 소비를 견인하고, 인공지능(AI)과 에너지 분야로 투자가 확대돼 잠재 성장률 이상의 경제성장률(2.5%)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소비 등 내수 기반이 약화하고 수출 업황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보성 자본연 거시금융실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에 따라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한다”며 “미국 물가상승률이 높아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으로 돌아서거나, 고환율로 국내 통화정책 완화가 지연될 수 있는 점도 위험 요소”라고 했다.

장 실장은 내년부터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이 우리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는 미국의 무역 정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2026년부터 경제 성장률을 0.25%포인트 하락시킬 수 있다”고 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2025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 참석해 자본시장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상장사, 밸류업 적극적으로 나서야”

거시 경기가 악화하면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연은 2025년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024년보다 높게 형성됐으나, 성장률 둔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가 둔화하면 투자자가 지속해서 미국 주식을 비롯한 대체 자산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강소현 자본연 자본시장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개인 투자자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탈하는 추세가 관측되고 있다”며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일부 기업에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이 확인된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고 했다.

자본연은 올해 주식시장의 주요 현안으로 ▲상장폐지 제도 개선 ▲다자간 매매 체결 회사(대체거래소) 운영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법제 개선 ▲공매도 재개 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공매도가 전산 시스템을 갖춰 예정대로 3월 말부터 다시 허용되면, 시장의 질적 개선과 함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상대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은 선전할 전망이다. 자본연 예상대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면, 시장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과 채권 발행 확대로 이어진다.

강 실장은 “올해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돼 채권 발행 환경이 원활할 것”이라며 “올해 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가 지난해보다 24.5% 늘어날 예정이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되면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운용업 ‘양호’… 불안정한 시장이 변수

자본연은 올해 증권업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해외 주식 투자 증가에 힘입어 위탁매매 부문 수익이 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 부문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은행(IB) 부문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 실적이 좋겠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위축에 고환율, 금리 불안 등이 맞물려 자기매매 부문 수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석훈 자본연 금융산업실장은 “금리 불확실성과 고환율 등 불안정한 시장이 변수”라며 “시나리오 예측을 기반으로 자기매매 위험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본연은 자산운용업계도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반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상품 유형별로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해외 주식이나 국내외 채권 투자 상품은 강세가, 국내 주식과 국내외 부동산 투자 상품은 약세가 예상됐다.

권민경 자본연 펀드·연금 실장은 ETF를 중심으로 한 공모 해외투자펀드 규모가 급증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외 주식형 ETF와 레버리지, 인버스, 커버드콜 등 해외 파생형 ET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충분히 반등하지 않는 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