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비스(289930) 주식은 15일 오후 2시 15분 코스닥시장에서 7240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3.34%(250원) 내렸다. 질화갈륨(GaN) 무선주파수(RF) 반도체 칩을 만드는 웨이비스는 지난해 10월 상장했다. 웨이비스는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공모가를 밴드(1만1000~1만2500원)를 웃도는 1만5000원으로 정했다. 웨이비스는 상장일 장 초반을 제외하고 한번도 공모가를 웃돌지 못하고 있다.
웨이비스만 이런 게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신규 상장한 종목 중 공모가가 희망범위(밴드)를 웃돈 주식이 그렇지 않은 주식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는 기업과 주관사가 기업 가치를 평가해 밴드를 제시한 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결정된다. 수요예측이 흥행했다고 새내기주 투자를 결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과열 양상을 보였던 기업공개(IPO) 투자 열기는 작년 4분기(10~12월) 들어 진정세를 보였다. 공모가가 무조건 밴드 상단 이상으로 결정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상장한 30개 종목을 공모가 밴드 기준으로 분류하면 ▲상단 초과 14개 ▲상단 6개 ▲하단 2개 ▲하만 미만 8개였다.
이들 종목의 주가 수익률을 볼 때 공모가 상단을 초과한 종목이 오히려 더 부진했다. 공모가 대비 전날 종가 기준으로 보면 상단 초과 종목의 주가 하락률은 평균 21.5%였다. 같은 기준 상단 종목은 평균 -12.3%, 하단 종목은 평균 -4.5%, 하단 미만 종목은 평균 -12%였다. 웨이비스뿐만 아니라 한켐(457370), 탑런토탈솔루션(336680), 성우(458650) 등도 공모가를 밴드 상단 위로 정했는데, 현재 주가가 반토막 수준이다.
상장 시점 별 차이를 고려해도 상단 초과 종목이 더 부진했다. 상장일 상단 초과 종목의 종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0.5% 낮았다. 반면에 하단 미만 종목은 평균 0.6% 높았다. 상장 후 일주일 뒤 주가 기준으로도 하단 미만 종목이 13.8% 하락하는 동안 상단 초과 종목은 20.4% 빠졌다. 한달로 늘려봐도 평균 주가 하락률이 상단 초과 종목은 33.2%, 하단 미만 종목은 27.4%였다.
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려면 그만큼 많은 기관이 수요예측 때 밴드보다 높은 가격으로 많은 물량을 써내야 한다. 문제는 공모주를 확보하기 위해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하지 않는 대신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도 횡행했던 점이다. 공모가 밴드 상단 초과 종목이 정작 상장 후 주가 낙폭이 컸던 배경으로 보인다.
공모가 밴드와 관계없이 상장 후 주가 부진 사례가 여전히 많았다. 30개 기업 중 위츠(459100),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 온코크로스(382150) 등 9곳만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더본코리아(475560)는 지난달 크리스마스 이후 공모가 밑에서 머물고 있고, 로봇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주가가 뛴 클로봇(466100)도 여전히 공모가에 못 미치고 있다.
그나마 시장이 정상화 과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주 투자를 하는 한 자산운용사 부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과열 양상이 정점을 찍고 누그러진 편”이라며 “올해 공매도 재개까지 이뤄지면 묻지마 투자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올해도 IPO에 나서는 기업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은 올해 코스피·코스닥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를 90개로 예상했다. 지난해 77개보다 16.9%(13개) 많다. 같은 기간 공모 규모도 4조3000억원에서 9조1000억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상장 청구서 접수 이상 단계 기업이 올해 초 55개로 견조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난해 IPO 과정 중 철회했던 기업이 49개로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